[광화문]자원개발, 침묵에서 벗어날 때

[광화문]자원개발, 침묵에서 벗어날 때

강기택 부장
2016.02.16 06:10

모두가 ‘침묵’했다.

 “석유공사 ‘너무 퍼준’ 해외 M&A” “캐나다 언론, ‘석유公 바가지 썼다’” “석유공사 ‘뒷감당’에 혈세 2조” “석유公, 하비스트 확인매장량 부풀렸다” “석유공사 졸속협상 이제 그만”.

 2009년 당시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를 취재한 기자가 10~11월에 쓴 하베스트에너지(지식경제부 보도자료에서 ‘하비스트’로 표기) 관련기사 중 일부다.

 석유공사가 정부의 자주개발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하베스트를 무리하게 인수했고, 투자는 손실로 이어질 것이며, 석유공사의 부채는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것이란 게 기사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추종보도는 없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잠깐 이슈가 됐을 뿐 적어도 그해엔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 밖에 있었다.

 기사에서 지적한 내용은 뒷날 현실화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실제 자산가치보다 비싸게 사 1조3371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손실 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석유공사의 2008년 부채비율은 73%였지만 2014년 말 부채비율은 221%로 올랐다. 무디스가 평가한 석유공사의 독자 신용등급은 ‘ba3’의 투기등급으로 2008년보다 6단계 떨어졌다.

 이 때문에 다른 종류의 ‘침묵’이 시작됐다.

 석유공사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의 부실한 해외자원개발이 부각되면서 ‘자원개발’이 금기어가 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3사가 추진한 자원개발 사업 가운데 10여개 사업을 우선 매각 검토하라고 했다. 자산을 팔아 빚을 줄이라는 것이다.

 올해 해외자원개발 예산은 지난해보다 73% 깎였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원개발 3사의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과 석유광구, 가스전, 광산 등의 가격이 추락하고 브라질, 러시아 등이 경쟁적으로 관련자산을 투매하는 시점에 이를 처분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게다가 ‘2017년까지 팔아야 한다’는 시한까지 정해 매각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은 자급률을 높인다며 하베스트를 산 것과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게 아닐까.

 석유공사가 1996년 인수한 영국 북해 캡틴광구는 감사원이 손실 가능성이 있다며 잘못을 물으라 했지만 15년 뒤 2억3000만달러의 수익을 남겼다. IMF 외환위기 직후 한국전력이 캐나다 시가레이크 우라늄광산 등을 헐값에 던졌다 가격이 수십 배 오른 것을 우두커니 지켜만 본 일을 반복할 이유는 없다.

또 하나 지금이 팔 때가 아니라 살 때가 아닌지를 살펴야 한다. 실패의 트라우마 때문에 아예 자원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월에 내놓은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예산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투자규모는 일본과 중국의 10분의1 수준에도 못 미쳤다.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패러다임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 자원개발, ‘침묵’에서 벗어나 긴 안목으로 실행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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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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