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217일간 M&A전쟁…잃은 자와 얻은 자

[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217일간 M&A전쟁…잃은 자와 얻은 자

성연광 기자
2016.07.09 03:00

‘불허(不許)’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인수합병)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17만에 내놓은 결론이다. 이번 딜은 통신과 방송기업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방송통신 융합 추세에 정부의 정책 방향을 타진해볼 수 있는 방향타로 주목을 받았다. 반발도 많았다. 무려 8개월간 방송통신업계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방송통신 융합과 글로벌 미디어 시대 선제 대응’과 ‘재벌기업의 방송 시장 장악’이라는 두가지 상충된 논리가 충돌하며 사생결단식 싸움을 이어갔다. 공정위는 끝내 전자 대신 후자의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 그것도 ‘중용(조건부 승인)’ 대신 ‘초강수(불허)’를 택했다. 후폭풍은 거세다. 명분은 명분일 뿐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득실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기 때문이다. 밑바닥 실리 측면으로 따진다면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봤을까.

겉으로 드러난 최대 수혜자는 KT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29.4%(KT+KT스카이라이프 합계)를 점유한 독보적 1위 사업자다. 2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14.8%)보다 두배 이상 차이 난다. SK브로드밴드(10.9%)와 합쳐봐야 KT를 능가할 수 없다. 어찌됐건 강력한 경쟁상대 출현을 막았다. 공정위가 불허 판단 기준으로 삼았던 ‘권역별 점유율’로 따지면 전국 사업자(IPTV)의 케이블 사업자 인수는 요원해진다. 구조적으로 KT에 맞설만한 경쟁자는 당분간 나타나기 어렵다.

LG유플러스는 구사일생했다. M&A가 성사됐더라면 유료방송 시장이 KT와 SK의 양강 구도로 재편돼 이동통신 시장에서처럼 ‘꼴찌’로 남거나 어쩌면 시장 퇴출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당장은 시간을 벌게 됐지만 그다지 반가운 것도 아니다. ‘권역별 점유율’ 기준 탓이다. 시장판도를 뒤바꾸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몸집을 키워야 하지만 LG유플러스도 M&A에 발목이 잡히긴 마찬가지다.

이번 M&A 전쟁의 진짜 승자는 따로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다. 이들에겐 SK와 CJ의 빅딜이 달갑지 않다. 유료방송이 KT, SK 메이저 플랫폼 위주로 거대해질 경우, 그만큼 지상파 영향력은 줄어든다. 더 두려운 건 ‘콘텐츠 공룡’ CJ로 매각자금이 흘러들어 가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매년 광고 매출이 하락해온 지상파와 달리 CJ E&M의 방송광고 매출은 이미 일부 지상파를 상회했다. 조 단위 매각자금이 CJ로 건너갈 경우 CJ의 콘텐츠 경쟁력은 더 막강해진다. 지상파들이 정부 심사기간 중 M&A 사안뿐 아니라 SK와 CJ그룹에 대해 부정적 보도들을 쏟아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일부 지상파가 로비력을 동원해 결사 저지에 나섰다는 소문까지 파다했다.

공정위가 설마 특정 진영의 입김에 휘둘렸겠나. 워낙 민감한 쟁점 현안이다 보니 뒷말도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묘하게도 공정위의 ‘M&A 불허’ 결정은 지상파가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겉으론 합병반대를 외쳤지만 KT나 LG유플러스가 속으로 원했던 건 ‘불허 같은 조건부 승인’이지 않았을까. SK텔레콤의 합병 효과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천문학적 인수자금 출혈로 마케팅 경쟁 여력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카드는 지상파에겐 실익이 크게 없다. SK-CJ 계약조건에 따라 매각자금 혹은 수천억원대의 위약금이 CJ로 일단은 건너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얻은 실리는 또 있다. 방송통신 시장에서의 절대 권력자로서의 입지다. 지난해 700㎒ 주파수 분쟁에 이어 이번 정부 M&A 심사결과에 대해서도 지상파가 한번 나서면 안되는 게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심사결과에 영향을 줬든 안줬든 말이다. 재송신료 협상 등 앞으로의 방송통신 현안에서 지상파의 입김이 더욱 세질 수 있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선도하겠다던 정부가 하필 구식 시장획정(권역별 점유율)기준을 들이대고 이로 인해 구식 방송 플랫폼(지상파)이 가장 큰 실리를 챙겼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그것도 지난해 현행 점유율 사전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검토의견을 냈던 공정위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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