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국회·정부 여러분, 카드사가 그리 밉나요

[광화문]국회·정부 여러분, 카드사가 그리 밉나요

권성희 금융부장
2016.07.29 05:24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천상 천덕꾸러기 미운 오리 새끼다. 안에서는 국회와 금융당국에 얻어터지고 밖으로는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당한다. 밖에서 뺨 맞고 집에 돌아와도 아무도 편들어 주는 이 없고 벌어놓은 돈이나 내놓으라고 구박받는 처지랄까.

비자카드는 지난 5월에 국내 카드사에 해외 결제 이용수수료를 1%에서 1.1%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비자카드는 지난 1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해외 카드 이용금액 중 54%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이 부당하다며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항의서한을 보내는 한편 공정거래 위반 소지가 없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비자카드의 독과점적 구조 아래에서 국내 카드사들은 일방적인 수수료 통보를 따를 수 밖에 없어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가 비자카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들 원하는 성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나 금융당국이나 국제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례가 그랬다.

국내 비씨카드는 비자 로고가 찍힌 카드를 비자카드망이 아닌 다른 망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이유로 2011년 6월부터 비자카드에 매월 5만달러씩 과태료를 내고 있다. 비자카드의 회원사 규정에 따르면 비자 로고가 찍힌 비자카드는 비자카드망만 이용해야 한다.

비씨카드는 비자카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 사용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가 취하했다. 비자카드와 협상을 해보려 신고를 취소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한미간 국가 분쟁으로 번질까 우려해 조사에 적극적이지 않아 취하했다는 주장이 더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비씨카드가 비자카드와 제대로 협상도 해보지 못한 채 5년 이상 310만달러의 과태료를 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3년에 비자와 마스터 로고가 박힌 카드의 연회비를 국내 전용 카드 수준으로 낮추려 했다가 취소했다. 비자·마스터카드가 강력히 반발하자 한미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에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관여할 일이 아니라며 뒷짐 지고 있다.

반면 국내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에 대해서는 국회가 앞장 서고 금융당국이 뒤따르는 형국으로 일일이 간섭한다. 지난 1월31일부터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0.7%포인트씩 인하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영세·중소가맹점이 아닌 가맹점에 대해서도 원가 상승 등으로 수수료를 올리려 하면 금융당국이 개입해 암묵적으로 못 올리도록 막는다. 국내 카드사의 가격 결정에는 ‘깨알같이’ 개입하면서도 비자카드 같은 국제 브랜드 카드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 조치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 모양새다.

국내 카드사들이 국회와 정부의 미움을 단단히 받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서도 드러난다. 이 법에 따라 소멸된 카드 포인트는 기부해야 한다. 통신사와 항공사, 유통업체의 하고 많은 포인트 중에서 시효가 지나 소멸된 포인트를 기부하라고 법에 명시한 포인트는 카드 포인트밖에 없다. 물론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간 기업에 기부를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여전법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카드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도록 여신금융협회가 재단을 ‘설립할 수 있’고 카드사는 소멸된 카드 포인트를 돈으로 환산해 ‘재단에 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 조항을 보면 ‘강제’가 아니다. 재단을 설립하지 않고 소멸 포인트를 기부하지 않아도 여전법상 제재할 근거가 없다. 사실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법으로 만들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럼에도 법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소멸 포인트 기부를 ‘할 수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법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법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지만 무조건 하라"는 압박이다.

카드사에 미운 털이 박힌 이유가 뭐든 전업 카드사만 7개로 독과점도 아닌 시장에 개입해 가격(가맹점 수수료)부터 소멸 포인트 처리 방법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세심한’ 국회와 정부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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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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