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오바마-트럼프노믹스

[MT시평] 오바마-트럼프노믹스

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01.24 04:04

트럼프행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미국의 경제정책도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하다. 오바마와 트럼프의 경제비전은 둘의 정치스타일만큼이나 크게 대조된다. 오바마는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이후 가장 진보적 지도자로 진보적 어젠다를 적극 추진했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 건강보험 개혁, 자동차산업 구제, 부자증세,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규제조치 등을 도입했다. 반면 성장, 일자리, 시장 3가지 키워드가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요소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과감히 규제를 풀어 경제를 견인토록 유도한다. 세계화와 기술혁신으로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하기 위해 중국, 멕시코 등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불법이민을 규제한다.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짓도록 기업에 대한 압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감세정책이야말로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이다. 오바마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로 인상했다. 건강보험 개혁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상위 소득자에게 추가로 과세했다. 트럼프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3%로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출 계획이다. 상속세는 폐지하고 자본이득에 대한 세부담도 경감하려 한다. 조세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상위 1%에게 51%의 감세혜택이 집중된다고 한다. ‘부자감세 대 성장동력 복원’이란 양측의 논리가 대립한다.

건강보험 개혁을 둘러싼 갈등도 심각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를 폐지할 방침이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태에서 법 폐지는 시간문제다. 이 경우 2000만명 넘는 오바마케어 수혜자가 혜택을 잃는다. 트럼프를 지지한 저학력 백인 근로자에게 커다란 충격을 줄 것이다. 최대 수혜층인 히스패닉과 흑인의 타격도 클 전망이다. 의료보험 미가입 비율이 2013년 13.3%에서 2016년 상반기 8.6%로 크게 낮아졌는데 법이 폐지되면 이 비율이 다시 상승한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 시스템 전반에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공화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선 폐지, 후 보완’ 방식을 야당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이민정책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0년간 히스패닉과 아시안계를 중심으로 비백인 소수인종의 비중이 급속히 상승했다. 2016년 백인 유권자 비중이 사상 최저인 69%로 하락했다. 오바마는 포괄적 이민개혁을 지지하며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했다. 반면 불법 이민자 추방 주장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높은 담을 쌓고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 출생 자녀에게 주어지는 자동 시민권제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퍼부었다. “불법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트럼프의 선거구호가 미시간,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중부 공업주의 표심을 끌어왔다.

트럼프의 반(反)세계주의, 보호무역주의 정책도 커다란 파장을 몰고올 것이다. 제2차 대전 이후 70여년간 지킨 미국의 세계주의와 작별하겠다는 의미다. 백악관에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해 반자유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발탁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도 강성이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한·미 FTA 재협상,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폐기 등 강경일변도 정책은 지구촌 경제에 회오리바람을 몰고올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 상실은 세계화와 기술혁신이 주원인이란 게 학계의 정설이다. 중국에 45%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오바마는 경제력 집중과 민생 증진을 목적으로 금융개혁 조치, 기후변화협약 등 약 560개 규제조치를 도입했다. 트럼프는 규제와 전쟁을 선언했다. 월가 투자자 칼 아이칸을 백악관 고문으로 영입했다. 소비자단체, 환경보호단체, 노조와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금융규제체계나 자동차연비 규제에 수십 억달러를 투자한 거대은행이나 자동차산업의 반응이 주목된다. 오바마노믹스의 유산은 유지될까. 아니면 트럼프 경제혁명이 연착륙할 수 있을까.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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