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나는 왜 쌀국수집으로 갔나

[우보세]나는 왜 쌀국수집으로 갔나

세종=양영권 기자
2019.01.02 03:20

[우리가보는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두달을 맞은 31일 오후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무인 주문 단말기(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최소한의 인력으로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8.8.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두달을 맞은 31일 오후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무인 주문 단말기(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최소한의 인력으로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8.8.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까지만 5000원입니다.”

신정에 쓸 목적으로 아파트단지 상가에 떡국용 떡을 사러 갔더니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새해에는 1kg에 6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인건비든, 재료비든 모든 게 올라서 어쩔 수 없어요.” 같이 파는 김밥은 2500원 하던 걸 3000원 받는다고 했다. 푼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격상승률은 20%나 된다.

같은 상가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에서는 쌀국수 한그릇을 4200원 받는다. 가격 오른 김밥 한 줄 사먹느니 조금만 더 보태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 먹는 쪽으로 끌린다. 이 음식점은 주방에 근무하는 최소 인원만 유지하고 모두 손님이 ‘셀프’로 하게 했다. 주문은 기계로 대체했다. 음식이 나오면 손님이 가지러 갔다가 빈 그릇도 스스로 반납한다. 비싼 값을 내느니 불편을 감수한다.

곳곳에 ‘셀프서비스’가 대세가 됐다. 주유원 있는 주유소에 가 본 게 아득하다. 패스트푸드점에서도, 극장에서도 스크린을 두드려 음식과 표를 산다. 은행 ATM이 나왔을 때처럼, 익숙해지면 오히려 편리한 것도 있다. 종로구청 앞에 있는 커피 전문점은 자동 주문 기계를 도입한 덕분에 카페 아메리카노를 900원에 내려 준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 만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은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따른다. 편리한 기기가 쏟아져 인간과 경쟁한다. 인건비 상승은 '무인화'를 가속화한다.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은 사람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고용을 하면 그만큼 가격을 더 올려받아야 하고,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소비자들는 종업원들의 인건비를 지불하기 위해 자신이 기꺼이 더 낼 용의가 있는 박애주의자들이 아니다.

노동에는 대체재가 있다. 과거 식미지 시절 미국인들이 영국의 홍차 관세 인상에 대응해 커피를 홍차처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게 21세기 한국인들이 없고는 못사는 ‘카페 아메리카노’가 된 것처럼, 결핍은 혁신을 만들어 낸다. 높아진 인건비 역시 무인화 혁신을 가속화한다.

경제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자동차에서 비행기까지 앞으로 무인화 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뛰어난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로 개발된 무인화 기기가 세계시장을 선도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정부의 간지(trick)일까. 가시적인 성과 없이 뜬구름만 잡고 있다는 '혁신성장'이라는 게 그런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겠다며 쓴웃음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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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기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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