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에 공장 못짓는 이유

[우보세]한국에 공장 못짓는 이유

황시영 기자
2019.04.01 15:53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기 주주총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태양광 대표 기업인한화케미칼(58,500원 ▲12,600 +27.45%)OCI(158,400원 ▲7,800 +5.18%)의 수장이 미리 약속이나 한듯 같은 목소리를 냈다. 태양광 시황 회복에 대비해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증설에 나서더라도 국내는 아니란 것이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은 "증설을 하더라도 외국에서 하고, 국내(여수공장)는 전기요금이 비싸서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우현 OCI 부회장도 연 전기료만 3000억원이 드는 국내 공장(군산)은 유지하기 어렵고 말레이시아 공장을 키우겠단 뜻을 비쳤다.

세계 최고 태양광 기술을 가졌는데 왜 공장과 고용은 해외로 갈까. 공통의 이유는 전기료, 원가경쟁력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은 원가의 40% 이상을 전기료가 차지한다. 독일·영국·미국 등 경쟁국은 폴리실리콘 공장 전기료로 지역 전기 단가의 50~80%만 받는다.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100원 받을 전기료를 50원만 받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어차피 전기료는 금단의 영역"이라며 "현 정부뿐 아니라 역대 어떤 정부도 전기료 인하는 시도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기업의 애로는 비단 전기료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의 공장이 자꾸 해외로 가는 가장 큰 원인은 '기업을 대하는 태도'다.

경직된 노사관계, 높은 임금, 높은 법인세, 인센티브 미비 등으로 지친 우리 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기업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마음이 싹 풀렸을 것이다.

최근SK이노베이션(118,600원 ▲4,800 +4.22%)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9.8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착공식을 했다. 김준 사장은 공장 위치 선정과 관련, 지방정부의 '기업친화적'(Business-friendly) 자세를 꼽았다.

"사실 조지아주와 투자 문제로 협의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공장은 사람이 있어야 돌아가는데, 원하는 인원수와 스펙만 말하면 자기들이 찾아서 필요한 교육까지 모두 시킨 뒤 보내주겠다고 했다. 주정부 뿐 아니라 카운티, 시티까지 모든 지방정부가 같은 자세였다."

조지아주는 112만㎡ 공장 용지를 거의 무상으로 주고, 전기선·용수 지원, 세금 감면 등 공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기업이 사람을 살리고, 사는 곳을 살린다. 기업 투자유치에 대한 인식, 절박함, 제도적 지원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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