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

[투데이 窓]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21.07.01 04:23
이동귀 연세대 교수
이동귀 연세대 교수

요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가 관심을 끈다. 우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안전' 문제에 대한 국가의 주도적 역할과 안전 관련 산업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에 따르면 안전욕구는 생리적 욕구를 잇는 인간의 핵심욕구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원동력이 된다. 매슬로는 안전과 같은 근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자아실현과 같은 상위 욕구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느낄 때 활동범위를 좁혀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경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매슬로의 설명은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최근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자기계발 열풍, 예컨대 '미라클 모닝'(이른 새벽에 운동이나 독서, 공부 등을 하는 것)이나 '보디프로필 찍기'(건강한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는 매슬로의 설명과 배치되는 듯하다. 안전이 위협받는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자기계발의 욕구를 추구하니 말이다. 혹시 이 또한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안전행동'의 일환일까. 아니면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을 벗어나려는 '보상행동'일까.

필자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상황에 대한 통제감(統制感)을 느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통제감 상실이라는 큰 충격을 줬다. 이런 측면에서 '통제감 회복'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설명하는 첫 번째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위기상황에서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조절하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에 따르면 자기조절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예방(豫防)초점'과 '향상(向上)초점' 2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예방초점이 우세한 사람은 실패나 실수를 예방하고 안전을 추구하려 하고, 향상초점이 우세한 사람은 성과나 실력향상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MZ세대의 자기계발 열풍은 향상초점을 활성화해 통제감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이러한 노력의 이면에는 젊은 세대가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경기침체, 취업대란, 비정규직 문제, N포세대의 애환 등)과 불안감이 자리해 이들의 분투를 응원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두 번째 키워드는 '사회적 유대감 회복'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된 언택트(비대면) 문화는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쳐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화했고 온라인쇼핑과 배달문화가 확산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거리두기 문화에 대한 피로감도 꾸준히 증가한다. 사람들은 타인과 거리를 두려는 욕구와 친밀감을 유지하려는 상반된 욕구를 동시에 추구하는 존재다. 소위 '혼자는 외롭고 둘은 피곤해'로 대변되는 일종의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가 작용한다는 뜻이다. 강도 높은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으로 친밀감, 즉 사회적 유대감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다만 이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전통적 대면 중심의 정(情)의 문화는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진 초연결사회에 적합한, 디지털 친화적인 유대감과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사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팬덤(Fandom)문화 형성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하는 마케팅이 확산하는 현상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대상이 다른 대상에 힘을 가하면 그 대상도 반대방향에서 동일한 크기의 힘으로 반응하게 됨을 의미하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코로나19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의 반응에도 적용된다. 자기계발의 열풍도, 사회적 유대감을 회복하려는 노력도 코로나19라는 작용에 대한 인간의 의미 있는 반작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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