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관치독점의 핵심수단 행정형벌 없애야

[투데이 窓]관치독점의 핵심수단 행정형벌 없애야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2021.07.27 02:14
구태언 변호사
구태언 변호사

최근 미국 국무부가 전세계 170개국을 조사해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1 투자환경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규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국무부는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경제규모와 정교함에 비해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그 원인은 복잡하고 불투명한 한국 특유의 규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이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클라우드컴퓨팅, IoT(사물인터넷) 등 분야에서 엄격하고 세계 표준에 맞지 않는 규제로 인해 성숙단계로 진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부도 산업혁신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낡은 규제를 지목하고 스스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규제샌드박스제도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그러나 신구산업간 갈등과 규제 주무부처의 반대로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사업모델이 해당 산업 핵심 분야의 혁신모델인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어렵사리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사업모델도 수많은 부가조건을 달고 손해배상 보험까지 가입해야 한다. 경직되고 엄격한 규제는 대마불패의 신화를 재확인할 뿐이다. 2019년 2기 규제샌드박스제도가 시행된 지 2년반이 지났지만 아직 산업구조를 바꿀 만한 사안이 허가돼 성공에 이른 경우가 없는 이유다.

생산기술이 발달하면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세력으로 자연스레 기득권의 변동이 이루어진다. 이런 기술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나라들이 역사적으로 세계사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디지털경제 시대에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바로 신기술로 인한 기존 산업의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4차 산업혁명 시대' 광풍이 몰아쳤으나 구체적인 산업현장의 신구갈등을 놓고는 여전히 기득권을 보호하며 혁신을 외면하는 일이 반복된다. 사실 모든 산업분야에 정부가 사업 인허가권을 갖고 세부사항까지 통제하며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과 기계의 인증까지 정부가 직접 하는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은 관치산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관치산업이 만들어낸 관산복합체의 유지수단이 바로 행정형벌이다. 필자는 행정형벌이야말로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관치독점의 핵심수단이라 보고 행정형벌의 철폐에 주력한다.

행정부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돕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국민의 종복이므로 위임 취지에 맞는 필요최소한의 규제를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인허가 등 행정규제는 행정부가 행정목적을 위해 만든 규제이므로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그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내용이 변하는 것을 우리는 정의라고 부르지 않으므로 이를 위반한 것을 정의를 침해한 범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민주헌법의 당연한 귀결이다.

행정부가 정한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범죄로 보고 다스리는 것은 왕정시대나 독재정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거의 모든 행정법규에 행정형벌을 두고 위반행위자를 형사처벌하는 제도를 지속한다. 달리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행정부가 갖고 있는 행청처분권은 시정명령, 과태료, 과징금 등 막강한 수단이며 행정대집행권한을 통해 직접 시정명령을 집행할 권한도 있다. 대부분 선진국은 행정질서위반행위를 행정처분을 통해 직접 권한을 행사하지 행정부가 우위에 서서 이를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실제 법 집행의 유효성 면에서도 행정법규 위반을 형벌로 규정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행정법규 위반이 모두 범죄로 규정되니 경찰과 검찰의 권한이 막강해지고 경찰국가, 검찰국가의 토대가 됐다. 행정부도 행정법규 위반행위를 직접 단속해 집행하는 일을 게을리하게 되고 이를 고발에 의존해 자기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 나아가 최근에는 행정부처들이 경쟁적으로 특별사법경찰을 만들어 행정단속을 하지 않고 수사를 통해 사법권을 행사하는데 몰두해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추세가 강화된다. 이는 민간의 혁신적 시도를 관용할 수 없는 자승자박의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니 미국 국무부의 진단이 한국이 규제로 인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침몰할 수 있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행정부가 행정형벌로 국민을 지배하는 것은 독재시대의 산물이다. 정치적으로 민주화한 시대에 맞추어 행정법규 위반은 행정부가 스스로 행정조사를 통해 행정처분을 해 국민이 대등한 입장에서 행정소송으로 다퉈 행정법 판례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 긴요하다. 다수 선진국처럼 행정의 민주화와 시대에 맞는 산업육성은 행정형벌의 전면폐지로 이룰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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