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무법천지 만든 배달앱, '음식'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유동주의 PPL]

'테헤란로' 무법천지 만든 배달앱, '음식'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유동주의 PPL]

유동주 기자
2021.09.02 05:11

'유니콘'된 배달앱, 지금 당장 '규제'가 필요한 이유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8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에 지난 26일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화물차에 치어 숨진 플랫폼 배달라이더를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1.8.28/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8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에 지난 26일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화물차에 치어 숨진 플랫폼 배달라이더를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1.8.28/뉴스1

서울 강남의 도로 풍경이 동남아로 변해가고, 배달 라이더들이 테헤란로 사거리에 쓰러져 있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는 내용의 "'불법'에 기생하는 배달·킥보드앱..자가운전 위협한다"라는 기사를 지난해 12월 쓴 적이 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도로 상황은 더 위험해지고 있다.

테헤란로가 대표적이다. 이 구간은 특히 저녁 식사시간 무렵 사거리 한복판에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자주 목격된다. 배달 라이더가 쓰러져 있는 광경을 일주일에도 여러 번 목격할 수 있다. 지난 26일 선릉역 사거리 사망사고가 특별한 상황이 아닐 정도다.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2018년 1만7611건, 2019년 2만898건, 2020년 2만1258건으로 증가세다. 사망사고도 2019년 498명, 2020년 525명으로 늘고 있다. 사망사고의 절반 정도가 배달업 종사자다.

'유니콘'이 된 배달앱 대표가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는 사이 서울 강남 도로는 동남아가 됐다. 동남아에서 한국인은 운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오토바이가 여기 저기서 튀어나오는 불법 운전이 일상인 도로 환경때문이다. 서울의 도로 풍경을 방콕, 파타야, 호치민으로 만든 건 배달앱들이다.

배달 라이더들이 강남 사거리에 쓰러져 있게 만든 것도 배달앱이다. 강남 일대 도로는 오토바이로 뒤덮여 있다.

선릉역 사망사고 장면 영상에서도 사고를 당한 오토바이 외에도 10여대의 오토바이가 신호가 바뀌자 마자 경쟁하듯 앞으로 튀어나간다.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고현장./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고현장./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배달 라이더들은 그렇게 불법 운전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라고 하소연한다.

배달앱 업계의 사업모델이 그런 식으로 짜여져 있다면 문제다. '불법'을 해야 '돈을 많이 번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고 그대로 둬선 안 된다.

'불법'을 통하면 돈을 더 많이 벌고 기회가 많아지는 건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다. 누가 그걸 모르겠는가. 하지만 우리사회는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합의 속에서 유지된다.

'공공질서'와 '준법'에 대한 의식을 사업자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한다는 점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스타트업이라고 예외가 돼선 안된다.

특히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배달앱이 도로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배달 라이더들은 잦은 사고 대비를 위해 산재보험 전면 적용이나 안전 배달료 문제 등을 배달앱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앱 성장의 이면엔 시민들을 위협하는 '도로환경 악화'와 '보행안전 위협'이 동반되고 있다.

특히 자가 운전자는 서울 시내 운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보행로나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배달 오토바이는 차량 뿐 아니라 보행자들에게도 위협이 된다.

배달앱들은 수익을 최대화하고 기업가치평가액를 올려 지분을 매각하는 사이에 우리 도로 안전을 위해선 과연 고민이라도 한 것일까.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초래한 '불법의 총량'에 비해 해결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가벼워보인다.

배달앱 플랫폼이 지금처럼 '불법'에 기생하는 구조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음식배달이라는 업태의 기본인 '배달'에서부터 '불법'이 없으면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업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배달앱이 이렇게 성장하기 전의 한국 사회가 그리 불편했던 것도 아니다.

플랫폼은 제대로 도로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라이더 탓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라이더들이 법규를 가볍게 무시하는 운전습관을 고수하도록 한 것도 플랫폼 책임이다.

이제는 배달앱에 대한 '규제'를 생각해볼 때가 됐다.

'식지 않은 음식'보다는 '사람 생명'이 더 소중하다. 도로 교통이 엉망이 된 지금,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의 생명과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고 있을지 모른다.

진짜 혁신 스타트업이라면 국민 안전을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게 '불편'과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대표 배달앱인 '배민'이 '일회용 수저·포크'를 절약하는 환경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참 유행하는 'ESG' 경영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환경'보다 '사람'이 먼저다.

배민이 제대로 된 ESG 경영을 하려면 자신들이 초래한 위험한 도로 환경부터 최소한 원래대로 돌이킬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배달앱들이 스스로 바뀌지 못한다면 정부와 국회에 의한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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