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대선 후보여, 교육현장을 압니까

[투데이 窓]대선 후보여, 교육현장을 압니까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2021.12.16 02:05
이만기 부사장
이만기 부사장

세종 26년 2월20일자 '조선왕조실록'에는 최만리와 세종의 일화가 등장한다.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최만리 등의 상소를 본 세종은 "언문은 백성을 편리하게 하려 한 것이다.… 또 네가 운서(韻書)를 아느냐. …만일 내가 그 운서를 바로잡지 아니하면 누가 이를 바로잡을 것이냐"라고 질책한다. 세종의 문답은 해당 분야에 깊은 식견이 있는 지도자의 자신감을 잘 보여준다.

"대통령 후보들이여, 당신들이 교육을 아느냐."

필자는 오랜기간 교육현장에 있어 온 말직(末職) 교육자로서 국민들을 대신해 대선후보들에게 교육적 안목을 물어보고 싶다. 더불어 공약을 만드는 후보들에게 공·사교육을 넘나들며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바람도 말하려 한다.

첫째, 좌우이념으로 교육을 재단하면 안 된다. 지금은 교육감들의 이념편중으로 거주지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다른 교육을 받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야 교육을 국가의 대계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교육은 철저히 이념중립적이어야 한다.

둘째, 현장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줬으면 한다. 저명한 학자의 의견도 좋겠지만 초·중·고 교육정책은 현장에서 학생과 함께 지내는 교원의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 학자적 식견만으로 훌륭한 정책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셋째, 가장 첨예한 관심사인 대입제도는 철저히 교육과정에 합당하게 개편해야 한다.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어긋나면 둘 다 실패한다. 진행 중인 2022 교육과정 개편과 고교학점제에 잘 맞는 '미래형 평가-대입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입시 공정성 담보라는 전제에만 몰입해 정시확대만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보인다. 고교학점제 등은 정시모집 수능전형과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의 균형이 필요하다.

넷째, 교육에 규제가 너무 많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을 법이나 규칙으로 통제하려고 하면 독립적이어야 할 교육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정치에 종속된다. 교직사회는 규제보다 권장이나 격려가 어울리는 사회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도보다 사람, 즉 교원과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다섯째, 우리나라는 사람이 자원이라는 것을 늘 인지해야 한다. 어느 기업 CF처럼 우리는 국토의 면적이나 지정학적 여건상 '사람이 자원인 나라'다. 이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 인재양성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실용성을 전제로 청소년의 학력향상에도 신경 써야 한다.

여섯째, 학부모의 의심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잦은 대입제도 변경은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하고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적어도 대입은 예측할 수 있고 안정감 있게 전개돼야 한다. 불안감은 경쟁심리를 부추기고 그에 따라 사교육에 비용을 많이 쓰게 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 일곱째, 정책 우선순위에 교육문제를 놓아달라. 경제, 외교, 국방 그 어느 것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교육문제도 그에 못지않다.

현재만 보아도 대학 기본역량 진단 파동, 청소년 백신접종 논란, 학원 등 방역패스 문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논란 외에 고교체계 개편문제, 2022 교육과정 개편,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 등 시급한 교육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이상 몇 가지 바람을 적어보았다. 최근 모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에 교육공약 개발을 위한 위원회를 두고 교육계 대표 인사를 대거 포함했다고 한다. 참여인사나 규모로만 보면 발표될 공약은 그야말로 명품(名品)이어야 한다. 다만 그 규모가 엄청난 것을 보니 필자는 대통령 후보와 위원회의 지나친 과용(果勇)도 우려된다. 좋은 교육정책은 정책입안자들의 명성이나 권위, 규모에서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 현안에 관한 의문, 학생과 함께한 경험에서 나온다. 차기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전문식견을 갖추고 세종처럼 "당신들이 교육을 아느냐"고 실무자에게 자신 있게 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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