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물러설 곳 없는 롯데, 파격인사 승부수 통할까

[우보세]물러설 곳 없는 롯데, 파격인사 승부수 통할까

김은령 기자
2021.12.17 03:00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사로 보지도 않았는데… 신세계 출신을 백화점 수장에 앉히다뇨.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나 임원들 중 백화점 출신이 상당수여서 그룹 전체가 충격이었죠."

얼마전 인사에서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호텔롯데 등 그룹 핵심 계열사에 외부 출신 CEO(최고경영자)가 선임된 것에 대한 롯데그룹 내부의 반응들이다.

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 주도권을 내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 빠르게 바뀌는 유통업계 트렌드에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기업문화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으며 변화를 위한 수많은 시도를 해왔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0대 CEO 선임하고 직급을 단축하는 등 여러 차례 파격 인사와 조직개편, 혁신을 강조하는 메시지 등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신 회장은 올 상반기 사장단회의에서 "기업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며 "아직도 일부 회사들에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쉽사리 바뀌지 않은 롯데 체질개선을 위해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나온 결단은 과감한 순혈주의 타파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김상현 전 DFI리테일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각각 유통과 호텔 총괄대표로 영입했다. 백화점 대표에는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대표가 선임됐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은 건 42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e커머스 사업부 등 신규 사업부 일부에 외부 인사를 등용한 적은 있지만 그룹 핵심인 유통 수장을 롯데 출신이 아닌 인사에 맡긴 것은 엄청난 파격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조직에 긴장감이 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에는 수십년간 고착화된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 계열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컨설팅 출신이라는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신임 대표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불필요한 절차와 관례는 생략하고 핵심만 취하려는 것 같았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또다른 직원은 "현재 롯데 계열사 CEO를 비롯해 많은 임원들이 롯데백화점 출신"이라며 "그 중에 한 명이 가지 않을까 했던 롯데쇼핑 수장과 롯데의 상징과도 같은 백화점 대표를 외부 출신에 맡긴 것에 속이 쓰린 분이 여럿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불만과 불안은 롯데의 새로운 출발을 맡게 된 외부 출신 인사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자칫 불협화음으로 롯데의 장점마저 없애는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 유통HQ를 맡게 된 김상현 부회장이 공식 부임 전 임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 "롯데가 갖춘 장점은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개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리더가 되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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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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