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끼얹은 방역, 4조원 청구서로 돌아왔다 [우보세]

정치를 끼얹은 방역, 4조원 청구서로 돌아왔다 [우보세]

세종=김훈남 기자
2021.12.22 06: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내달 1일부터 도입하는 새로운 방역 체계 '단계적 일상회복'의 최종 시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내달 1일부터 도입하는 새로운 방역 체계 '단계적 일상회복'의 최종 시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중환자의 병상가동률 등 의료대응 체계 여력을 고려해 비상계획 발동 요건을 정할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 10월29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행계획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정부는 11월 1일부터 시행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의 비상계획 검토 조건으로 중환자실 병상가동률 75% 혹은 하루 평균 확진자 3500~4000명을 들었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든 지 열흘여가 지난 11월11일 서울의 중환자 병상가동률이 75%를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모인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 전염병 확산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이같은 경고에도 정부는 "전국 중환자실 가동률은 50%대로 아직 여유가 있다"며 비상계획 검토를 머뭇거렸다. 같은달 22일 첫 코로나 위험도 평가에서 위험도 '높음' 평가가 나올 때도 이 입장을 유지했다.

11월28일 전국 중환자 병상 1154개 중 866개가 차며 병상가동률이 75%를 넘어섰다. 이튿날 대통령 주재로 열린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비상계획'을 안건으로 올려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함께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하고 4주간 특별방역 대책을 시행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특별방역 점검회의 전 정부 안팎에선 확진자 폭증 경고와 함께 위드 코로나 중단의 필요성이 검토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머뭇거린 배경에는 내수가 있었다. 어렵게 영업제한·인원제한을 풀었는데, 한달이 채 안돼 이전과 같거나 더한 수준의 방역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의 반발과 그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우려했다는 게 당국자들이 전한 분위기다. 흔히 말하는 '민생'이라고 쓰고 '정치'라 읽히는 셈법이다.

정부는 비상계획 검토 조건 달성 이후 2주, 서울 기준으로 한정하면 한달이 지난 이달 16일에야 위드 코로나 '멈춤'을 선언했다. 처음으로 비상계획 검토 요건을 채운 지난달 28일 3928명이던 하루 확진자는 16일 7621명으로 두배 가까이 치솟았다. 중증 병상가동률은 80%를 넘어 "아프면 집에서 죽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뒤늦은 멈춤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남은 곳간을 털어 4조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3대 지원 패키지를 급조했다. 매출 감소가 확인되면 이유불문 방역지원금 100만원씩 지급하는 게 골자다. 부처가 70만원으로 준비한 방역지원금을 대통령 지시로 100만원까지 늘렸다고도 한다. 100만원으론 한달 임대료나 인건비의 반도 못 메우는 자영업자에게 방역지원금이 어떻게 보일까.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화 이후 피해는 법으로만 보상한다는 재정운용 원칙도 반년이 채 안돼 무너졌다.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운용했어야 할 방역대응에 정치를 끼얹은 결과다. 스스로의 원칙을 외면하고 근거없는 낙관론과 백신 접종을 다그치는 데만 매달린 탓에 소상공인 지원책이란 4조3000억원짜리 청구서가 날아왔다. 비극은 이 청구서의 수신자가 현 정부와 정치권이 아닌 국민, 특히 미래세대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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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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