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금융지주 순익 14조의 그늘

[광화문]금융지주 순익 14조의 그늘

박재범 증권부장
2022.02.10 03:30

# '별이 빛났다'. 사상 첫 순익 4조원 시대를 연 KB금융지주 실적 발표 후 찬사가 이어진다. 증권사 리포트도 호평 일색이다. 희망퇴직 비용, 추가 대손충당금 등을 쌓고도 얻은 성과라며 튼튼한 체력을 칭찬한다.

KB금융만 실적을 낸 게 아니다. 신한금융지주도 4조원대 순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4대 금융지주 순익은 14조원 규모다.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71조원)의 20%를 한해 벌었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을 넘은 역대 최대치다. 숫자로 보면 코로나 충격이 아닌 코로나 축복이다. 게다가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다. 하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 은행 등 금융지주사를 향한 시장의 전망은 밝다. 실적에 대한 믿음이 토대다. 근거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 '개선'이다. 수익 구조가 나아졌다는 의미의 '개선'이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금융업의 본질상 이자놀이를 뭐라 할 수 없다.

뻔한 분석대로 금리 인상기에 맞는 예대 금리차 확대라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자금 조달 비용 증가 속 마진을 늘리는 것도 은행 나름의 영업 기술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예대 마진 확대엔 다른 요소가 존재한다. 금융당국 변수다. 사실상의 신용 할당(금융당국 표현에 따르면 가계대출 규제) 후 금리가 뛰었다.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 혜택을 없앤 결과다.

대출 수요가 존재하는데 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의 합리성 등을 문제 삼으며 은행을 압박했지만 뒷북일 뿐이다. 오히려 가계대출 억제와 은행의 돈벌이간 일정 정도의 타협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은행의 탐욕 못지않게 당국의 비겁함이 거슬린다.

# 손실을 줄여도 그만큼 순익도 증가한다. 예컨대 KB금융이 지난해 4분기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지 않았다면 분기 순익만 1조원을 넘었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추가 적립을 압박해왔고 은행 등 금융회사는 이를 수용했다. 겉모습만 보면 더 쌓은 게 맞다. 반대로 덜 쌓은 것이라면? 기준은 없다. 손실은 추정의 영역이다.

메시지도 애매하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시장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를 댄다. 충당금 추가 적립한 쪽은 코로나19 관련 일부 여신의 건전성을 재분류했다며 두루뭉술하게 답한다.

핵심은 140조원(5대 시중은행 기준) 규모의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사안인데 언급을 피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는 2020년 4월 시행돼 3차례 연장됐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이 대출이 너무 불안하다. 은행도 담보가 충분하고 충당금을 쌓았다고 자신하지만 장담을 못한다. 부실 규모를 예측하기 힘든 만큼 평소보다 조금 더 하는 정도에서 타협한다.

# 우린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01~2002년 닷컴버블 붕괴 등으로 자금이 메말랐을 때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한다. 벤처기업은 신용보증기금이 신용 보강한 프라이머리 CBO(P-CBO)를 발행해 고비를 넘긴다. 긴급 처방으로 긍정 평가를 받았는데 영수증은 2003년 돌아온다. 당시 P-CBO의 부실율은 30%에 달했고 새 정부는 이거 처리하느라 바빴다.

전례없는 팬더믹 위기에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만기연장은 당연히 했어야 할 정책이다. 문제는 이 정책의 청구서 규모와 사전 준비다. 코로나 2년간 피폐해진 소상공인의 상태가 2000년초 기업보다 나을 것이란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수백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말하는 시점인데 말이다. 손실을 추정한다는 것은 대손율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일텐데.

140조원 대출의 부실률이 10%면 14조원이다. 14조원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4대 지주가 벌어들인 순익이다.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 기한은 3월말, 은행이 14조원을 만끽할 때 새 정부는 14조원의 그늘 속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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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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