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정부가 지난 15일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세법개정안의 후속 조치다. 세법개정안, 특히 조특법은 내용이 방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의미를 놓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개정안에 담긴 조특법 제63조2도 그 중 하나다. 균형발전을 향한 정부의 의지와 한계가 고스란히 읽힌다는 점에서 곱씹어봐야 한다.
조특법 제63조2에 따르면 수도권 밖으로 본사를 옮기는 기업은 7년 동안 법인세 전액을 감면 받는다. 이후 3년 동안에도 법인세를 절반만 내면 된다. 수도권 집중화를 억제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1998년 조세감면규제법이 조특법으로 전환되기 전부터 존재한 조세지출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조특법 제63조2에 투자·근무인원 요건을 추가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공포된 시행령 개정안은 투자금액과 근무인원을 각각 10억원 이상, 20명 이상으로 잡았다. 이 요건을 충족한 본사 이전 기업에만 법인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바뀐 제도를 이해하려면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 감사원은 2020년 '조세지출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결과 지방으로 옮겨간 본사의 연평균 근무인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특히 A기업은 전체 본사이전 감면액 중 83%를 독차지했다. 감사원은 특정기업에 혜택이 집중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게 세법개정이 이뤄졌다.
입법취지만 본다면 본사 지방이전 세액감면 제도는 성공하지 못한 조세지출이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통한 간접지출이다. 조세는 '받는 돈'이다. 이를 거두지 않음으로써 '쓰는 돈'인 지출이 되는 게 조세지출이다. 영원히 세금을 감면해줄 수 없기 때문에 조세지출은 정책목적이 달성되면 종료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본사 지방이전 세액감면 제도는 수십년째 일몰되지 않고 남아 있다. 기업들은 엄청난 세금 혜택에도 수도권을 선호한다. 유능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청년들은 일자리가 몰린 수도권으로 향한다. 말그대로 악순환이다. 악순환을 깨기 위한 장치 중 하나가 세액감면이었지만 기대처럼 작동하지 않았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 71개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만 62개다. 심지어 지방기업의 상징인 포스코(POSCO(375,500원 ▼7,500 -1.96%))는 다음달 지주회사를 신설하고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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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목적 달성이 요원하지만 기재부는 본사 지방이전 세액감면에 문턱을 높였다. 지방 일자리는 늘리지 않고 세금만 감면 받는 '체리피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본사이전을 위해 유인책을 더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문턱을 높인 '딜레마'가 발생했다. 설계가 잘못됐거나 운영이 잘못됐거나 둘 중 하나다.
국회에 제출된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2020년 6441억원인 본사 이전 세액감면액은 지난해 4317억원, 올해 4589억원으로 예상된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은 줄어들 전망이다. '체리피커'를 배제하는 정상화 과정일 수 있지만 씁쓸한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