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높아진 밀도는 주택수요를 끌어올렸다.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연애를 포기하고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가 많아졌다. 결혼한다고 해도 아이 갖길 꺼렸다. 집값이 폭등하자 민심이 흔들렸다. 정치권에선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겨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술 더 떠 어느 여당 국회의원은 대법원은 대구시로 이전하고 헌법재판소는 광주시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은 이에 대해 '나라가 장기판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국회와 청와대 이전 논의에 대해 어느 야당 정치인이 말했다. "집값 때문에 수도를 이전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세종시 집값이 폭등하면 또 수도를 이전할 겁니까." 실제로 국회와 청와대를 옮긴다는 소문이 떠돌자 세종시 집값은 서울시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의 주요 기능을 이전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행정수도에 관한 갑론을박이 씁쓸한 이유는 그 의도가 지방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집값이 올라 고통받는 수도권 시민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와 청와대 이전 논의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이 아닌 국가적 공멸 상황을 막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공간쏠림 현상은 밀도가 높아지는 쪽과 낮아지는 쪽 모두를 힘들게 한다. 높아진 밀도는 집값을 폭등시키고 저출산을 촉진하며 낭비적 경쟁을 격화한다. 밀도가 낮아져 활력을 잃어가는 곳엔 재생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치솟는다. 이걸 막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다.
국회와 청와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서울의 힘을 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도시발전의 본질은 입법이나 행정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몇 기관을 옮겨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음, 이건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운동장이 얼마나 심하게 기울어졌는지 가늠하지 못한 것이고 서울의 위세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최근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두기로 한 결정에 포항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반발했다. 포스코는 이를 철회했다. 다행이라 생각하기에 앞서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기업이나 청년이나 왜 그리도 서울에 진입하고자 하는지 들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지방도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전략을 짤 수 있다.
서울은 우수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이런 흐름에 맞춰 청년들도 일자리를 좇아 서울로 모여든다. 인구가 증가하니 행정, 교육, 의료기능도 줄줄이 사탕처럼 번성한다. 이렇게 도시발전의 핵심은 '일자리'다. 지방도시들은 기업이 이윤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머지는 그냥 따라오는 것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부산도, 울산도, 광주도, 대구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권은 강원 영서지역과 충청 이북지역으로 기능적 영역을 확장하며 지방의 산업과 인구를 흡입하는 슈퍼 메가리전(super megaregion)으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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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쏠림으로 인한 공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방 대도시를 서울과 같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과 같은 곳이란? 일자리를 중심으로, 상업, 문화, 의료, 행정, 교육기능이 융복합된 곳이다. 지방의 생존 여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일자리를 키울 수 있는지, 수도권의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서울 같은 강력한 도시를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