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뢰 잃은 국민의 수사기관

[기자수첩]신뢰 잃은 국민의 수사기관

김민우 기자
2022.03.15 03:30

윤석열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가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경찰 내부가 뒤숭숭하다. 경찰 역사 60여년 만에 이뤄낸 '수사권 독립'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14일 '검찰과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책임수사체계 확립'을 골자로하는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사건 송치 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고 △경찰이 2차 재수사 후 불송치 결정한 사건 중 범죄혐의가 있는 사건에 대해 검찰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부실수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찰이 경찰의 수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실상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던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수사권 조정은 없다"고 말하고 최종 공약집에서도 관련 공약은 제외됐지만 검찰 출신 최초의 대통령인 만큼 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분위기다.

검찰이 가진 권한을 쪼개는 방식으로 진행된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독점하던 권한들을 분산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년이 지난 최근에야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했다. 경찰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묵살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 '강자에 약한' 모습을 버리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 또한 수사권조정 이후 달라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동 사건 수사는 6개월이 지났지만 전체 사건의 구조를 속시원하게 드러내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하고 있고, 특검 필요성을 자초했다. 수사기관들이 새로운 역할에 걸맞게 충분히 환골탈태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기관간 역학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경권을 부여한 현행 제도를 시행한지 불과 1년 남짓밖에 뒤엎을 경우 현장은 또다시 혼란을 겪을 게 불가피하다. 당분간 수사 공백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제도를 충분히 시행해본 뒤 평가를 거쳐 보완해도 늦지 않다. "어차피 정권 바뀌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회의론이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 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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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2013년 머니투데이 입사 *2014~2017 경제부 기자 *2017~2020 정치부 기자 *2020~2021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2023 사회부 사건팀장 *2023~현재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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