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 부당합병 의혹'과 관련 3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3.24.](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2/03/2022032715571162683_1.jpg)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세번째 찾아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재판이었지만 공방의 흐름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이롭도록 무리한 합병을 한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기업의 경영적 판단이라는 변호인간의 공방은 여전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검찰과 검찰 측 증인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는 정도다.
검찰 측 요청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삼성물산 사외이사(모 대학 경제학과 전 명예교수)는 검찰의 여러 질문에 일일이 반박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검찰 측을 당혹게했다.
이 전 사외이사의 일관된 증언의 요지는 기업경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찬성) 거수기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냐"며 찬성 의견을 내기까지의 치열한 토론 과정을 설명했다.
보통 이사회 1주일 전이나 3~4일 전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2~3시간 이상 이사회 안건에 대해 얘기를 듣고 의문이 있거나 문제가 될 부분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이해될 때까지 숙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그 결과가 이사회에서 '찬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드러난 이사회 찬성비율만 보면 검찰이 주장하듯 사외이사들이 그 책무를 다하지 않고 거수기 노릇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외부에서 볼 수 없는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실을 가려낼 때는 이처럼 보이는 것 뒤에 숨겨진 이면을 봐야 한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눈에 보이는 곳으로만 달려가다간 목이 타 죽기 십상이다. 50도가 넘는 사막의 복사열과 위쪽 찬 공기로 인해 빛의 굴절로 생긴 신기루를 오아시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도 마찬가지다. 열기가 가라앉고 차가워진 대기의 냉정한 공간에서 왜곡이 없는 시선으로 진실을 찾아야 한다.
이날 검찰은 또 '상장사간 합병 비율'을 우리 자본시장법이 정하고 삼성이 따른 시장주가기준이 아닌 당사자가 합병비율을 정하는 미국식의 장점을 언급하며 현행법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지적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토대로 삼성을 단죄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 법을 바꾸도록 요청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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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든 관행이든 역사성을 지닌다. 자본시장법에서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것은 당사자간 합병비율을 정하던 허점을 막기 위한 역사성을 갖고 있다. 자산보다 낮은 주가로 합병한 것이 불합리하다는 검찰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진실은 단순히 눈 앞에 보이는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물의 실체는 누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상태가 결정지어진다. 이것이 현대과학이 입증할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다. 세상에는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두가지의 상태(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존재한다고 믿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양존한다. 진실은 단순함에 있지만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