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개최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2018년 평창올림픽, 그리고 개최해야 할 2030부산엑스포. 5년마다 열리는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전 세계 3대 행사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 현지에서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발표자로 나섰다. 대통령과 정부, 기업이 총출동할 정도로 공을 들인 상황에서 부족한 2%를 찾아본다. 대표적인 것은 국내에서 유치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이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의 유치와 개최과정은 닮은 듯 다르다. 서울올림픽을 유치해낸 것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5공화국 정부였고 실제 치러진 시기는 노태우 대통령 재임기다. 5공화국 내내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눌렀고 반대진영쪽에서는 민주화와 서민의 삶을 돌보지 않은 외화내빈식 준비과정(경기장과 도시기반 건설을 위한 무분별한 철거와 도시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서울올림픽이 개최됐을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5공 청산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개회식에 참석할수 없었던 것도 특징적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1996년6월)는 김영삼 정부 몫이었다. 경쟁자였던 일본에 비해 준비도 미흡했지만 월드컵 참가 경험이 없는 나라가 개최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부각시켜 공동개최라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유치 작업에 현대그룹의 정주영-정몽준 부자가 각각 주역을 맡았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숙명의 라이벌 관계였던 김영삼-김대중은 경쟁구도를 월드컵에서도 이어갔다. 외환위기 책임론 등으로 갈등하다 2002년 월드컵 국내 개막식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참석을 고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 지도자가 둥그런 축구공을 두고 한자리에 함께 한 것은 기적같은 4강 진출의 환희 속에 치러진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 경기였다.
평창올림픽 유치는 세차례의 도전 끝에 이뤄낸 결실(2011년7월)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원포인트 사면을 통해 활동반경을 넓혀주면서까지 총력전을 펼쳤고 개최권을 따냈다.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전후해 남북의 정치지도자와 미국의 부통령까지 한자리에 함께했던 모습은 이후 수차례의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아쉽게도 상호불신이 고조되고 북한의 도발이 이어진 끝에 지금은 한반도가 다시 꽁꽁 얼어붙었지만 말이다. 당시 적폐청산 등의 명목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승적으로 임한다'며 개회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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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올림픽, 월드컵의 유치와 개최와 관련된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것은 이번 부산엑스포 유치의 성패를 가를 힌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은 유치전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유치 가능성에 대해 회의하며 미온적인 분위기도 있는게 현실이다. 재계를 중심으로 조성된 부산엑스포 유치지원을 위한 기금 사용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장 야당과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도 유치결과(성공 또는 실패)가 내년 4·10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치를 보는 분위기도 있다. 가덕도신공항 등 부산엑스포를 전제로 쏟아부을 부울경 지역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유치에 실패하면 여당과 정부는 그 어떤 실정(失政)보다도 뼈아프고, 야당은 그 어떤 정쟁보다 더 큰 반사적 충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부산엑스포 유치에 성공해 퀀텀점프의 실마리인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등 세가지 굵직한 행사를 모두 치른 전세계 일곱 번째의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