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헝가리는 2019년 '예비부모 대출제도'를 도입했다. 지원대상은 5년 이내 출산을 약속한 부부다. 이들 부부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3만 유로(약 4200만원)다. 대출을 받은 부부가 1명의 자녀를 낳으면 상환기간이 유예된다. 2명의 자녀를 낳으면 상환액 30%를 감면한다. 3자녀를 낳으면 상환액이 전액 면제된다.
'헝가리식 모델'은 파격적인 저출산 정책의 대명사였다. 일시적인 효과는 두드러졌다. 2019년 헝가리의 결혼 건수는 전년대비 28.5% 늘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9년 1.49명, 2020년 1.56명, 2021년 1.59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파격의 한계는 연속성의 부재다. 지난해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1.52명,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일본도 올해 초 '차원이 다른' 저출산 정책을 예고했다.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6명으로 역대 최저다. 일본 정부는 최근 아동수당 대상자를 고등학생으로 확대하는 등의 저출산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의 입장에선 별로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파격이라는 개념은 늘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올해를 기준으로 만 0세 아이에게 월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한다. 이 금액은 내년에 월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일본에는 없는 파격적 제도다. 이와 별개로 만 8세 미만의 아이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는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바우처가 제공된다. 불과 몇 년 전엔 없던 정책이다. 그 때와 비교하면 파격 그 자체다.
하지만 파격적으로 도입한 한국의 저출산 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다.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으로 낮은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이 떨어질 때마다 새로운 저출산 정책을 찾았지만 결과적으로 '백화점식 대책'만 양산했다. 그리고 백약이 무효라는 체념만 남았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선 안된다. 초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여전히 파격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다만 접근법을 달리 해야 한다. 이제는 실행력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인구정책에서 기업들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한 저출산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아이를 가진 부모가 일하는 직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신호도 읽힌다.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은 출산 친화적인 사내 문화 조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 19일 출범한 범정부 인구정책기획단은 새로운 과제로 '기업 지원사업'을 제시했다. 정부가 출산 친화적인 기업들의 제도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런 지원이야말로 파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연속성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독자들의 PICK!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는 '국민의 책무'라는 부분이 나온다. 출산과 육아가 국민의 책무처럼 기술돼 있다. 하지만 결혼을 결심하기도, 결혼 후 아이를 가질 결심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출산과 육아는 책무가 아니다. 온전히 누려야 할 권리다. 그러기 위해선 출산 친화적인 문화부터 조성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