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입차 25% 관세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관세가 실현되면 현대자동차·기아에만 1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반도체 다음으로 큰 만큼 관세로 인한 타격도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재계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가장 먼저 미국으로 달려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허가 문제가 있으면 나를 찾아와라"고 답했을 정도니 '위기를 기회로'라는 정 회장의 철학이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먹혀들었다.
늦었지만 정부에서도 자동차 업계에 힘을 주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4월 중으로 자동차 산업 비상대책을 마련해 업계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세로 인한 피해를 상쇄할 지원책을 마련한다든지 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이처럼 정부·재계 등에서 트럼프발 관세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노조는 오히려 더 '몽니'를 부리는 모습이다. 판매량의 80% 이상을 북미에 의존하고 있는 GM 한국사업장(한국GM) 노조는 지난 27~28일 이틀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촉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했다. 국내 완성차 노조 중 유일한 전면 파업이었다.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임에도 사측과의 협력보단 '정치 파업'을 택했다.
현대차그룹이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현대제철' 역시 노조 파업으로 몸서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임금단체협약이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한 영향이다. 장기간 이어진 파업에 현대제철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고 비상경영·공장 셧다운·희망 퇴직 등을 통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는 다음달까지 파업을 연장하겠단 입장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란 사자성어가 있다. 원수라도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는 말이다. 노조와 사측의 관계도 다를 게 없다. 평소에는 임금 협상으로 싸울지라도 관세 압박 같은 대외적인 위기 상황에선 서로 힘을 합쳐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노사가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