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기업은 이 시대 최고의 이슈메이커다. 가장 급성장한 산업으로 각국에서 시가총액 선두를 달린다.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일 뿐 아니라 모든 이용자의 시간을 가장 오래 붙잡아두는 미디어이기도 하다.
플랫폼을 법적으로 정의하면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그룹이 참여해 각 그룹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하기 위해 구축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의 3가지 주요 메커니즘은 데이터화, 상품화, 선택 및 큐레이션이다. 데이터화는 인간 행동의 거의 모든 측면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이를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상품화는 인간 활동, 감정, 아이디어 등 모든 것이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 가공된다는 것이다. 선택 및 큐레이션은 다양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의 선택을 돕거나 필터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플랫폼과 국가의 관계는 전통적 국가와 기업의 관계인 규제자와 피규제자, 공익수호자와 사익추구자 등의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1유형은 플랫폼이 정부의 기능을 수탁받아 이를 행사하는 경우, 2유형은 플랫폼과 정부가 정책파트너가 되는 경우, 3유형은 플랫폼이 규제자로서 역할을 하는 경우, 4유형은 전통적 정부-기업의 관계인 플랫폼이 정부의 규제대상이 되는 경우다.
이 가운데 1유형인 플랫폼에 대한 국가기능 수탁과 3유형인 플랫폼의 규제자 역할을 '플랫폼의 국가화'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다만 1유형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자로서 기능을 부여한 것이지만 3유형은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규제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플랫폼에 대한 국가기능 수탁이란 플랫폼이 자기 테두리 내에서 국가기능의 일부를 국가기관을 대신해 수행하는 경우로 대표적인 것이 국가가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게시하는 위법·침해적인 이용자 생성 콘텐츠 또는 이용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위법·침해적인 상품을 감시·차단하는 것을 플랫폼에 위탁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의 규제자로서 역할은 플랫폼이 시장행위의 규칙을 설정하고 참여자간 거래를 중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이 정부의 역할이던 시장규율 기능, 즉 시장 참여자들의 행위나 조건을 직접 설정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예컨대 앱스토어 입점기준, 검색결과 노출기준 등 플랫폼이 이용자, 콘텐츠 제공자, 앱 개발자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한다.
2유형인 플랫폼과 정부가 정책파트너가 되는 경우를 소위 '국가플랫폼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이는 플랫폼이 경제의 중심역할을 수행하면서 국가가 이를 정책적으로 활용해 경제적,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주요 빅테크 플랫폼기업을 활용해 경제적 효율성과 통제력을 동시에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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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플랫폼 시대에는 공공과 민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플랫폼의 국가화 및 플랫폼과 국가와의 협력 등 현상이 나타난다. 양자는 이제 공동의 가치창출과 혁신을 위한 파트너로서 정부는 규제자에서 촉진자로, 기업은 단순한 피규제자에서 공동의 정책설계자 및 서비스 제공자로서 역할을 한다. 정부와 플랫폼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구조다.
이에 반해 아직 한국 정부는 여전히 플랫폼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농후하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통치(government)를 넘어 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시스템이다. 신정부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적 접근을 넘어 거버넌스적 접근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