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밸류업의 갈림길

[우보세]밸류업의 갈림길

김은령 기자
2025.05.29 04:30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자본시장 공약이 쏟아졌다. '코스피 지수 5000' '박스피(박스권+코스피지수) 탈출' 등 내세운 목표는 다소 다르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해 국내 기업의 가치를 높이자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낸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대선공약집을 통해 먹튀, 시세조종 근절, 주주 충실의무 명문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지배주주 사익편취 행위 근절, 수급여건 개선 및 유동성 확충 등의 주식시장 관련 공약을 공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앞서 이같은 정책을 통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자본시장 불공정행위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겠다고 했다. 또 인수·합병,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 힘 후보는 '박스피 오명'을 떨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IR(기업설명회)에 나서고 △배당소득세 폐지하고 △경제 사범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상장사에 한해 주주보호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전문경영인에 대해 투자나 경영판단에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배임죄 처벌을 면제하겠다고도 했다.

각 후보들이 증시 부양 의지를 갖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증권가 반응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정권 초기 추경 편성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임을 고려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선 이후 국내 증시는 오를 것이라고 증권가는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지수 상승이라는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 자본시장은 변화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해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이 시행 1년을 맞이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주 가치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변화하는 등 성과가 쌓였다. 지난 1년간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153개이며 자사주 취득 규모는 2.3배, 소각은 2.9배 증가했고 배당 총액은 18조원으로 나타났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밸류업의 기조가 새 정부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비상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혼란으로 밸류업 동력이 줄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지난해 상반기 밸류업 기대감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빠르게 국내 주식에서 빠져나갔고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우리가 밸류업 정책을 만들면서 참고했던 일본은 밸류업 효과를 보는데 10년이 걸렸다. 아쉬운 점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방향을 잃고 뒷걸음질 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국장은 답이 없다'는 개미들의 인식을 바꾸고 코스피로 되돌아 오게 만들려면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닌만큼 긴 호흡의 꾸준한 발걸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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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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