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삼성은 바이오를 분할할까

[유효상 칼럼] 왜 삼성은 바이오를 분할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5.07.01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지난 5월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사를 존속법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로 인적분할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기존 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만 집중하고, 현재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전개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신설회사 에피스홀딩스로 넘긴다는 것이다. 결국 1개의 상장회사를 2개의 상장회사로 나누는 것이다.

분할 비율은 현재 순자산 장부가로 계산하여 존속법인 0.6503913, 신설법인 0.3496087로 결정됐다. 기존 바이오로직스 주주는 존속회사 바이오로직스와 신설회사 에피스홀딩스 주식을 각각 65 대 35 비율로 받게 된다. 현재 바이오로직스 주식 1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인적분할 후 바이오로직스 65주, 에피스홀딩스 35주로 나눠 갖게 되는 것이다. 10월 29일까지 모든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CDMO 기업으로, 2024년 매출 4조 5473억 원, 영업이익 1조 3201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 2983억 원, 영업이익은 48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7.1%, 영업이익은 무려 119.9%나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9.9%로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미국 캐털런트에 이어 4위다. 시가총액은 6월 30일 기준 71조 원으로 CDMO 기업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설립돼 14년 만에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해 그룹의 새 먹거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인 '2025 바이오 USA'에서 전임상 단계의 임상시험수탁(CRO)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언하면서 바이오 의약품 밸류체인 확장에도 나섰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로 작년 매출 1조 5377억 원, 영업이익 4354억 원을 기록했으며, 금년 1분기에도 매출 4006억 원, 영업이익 1280억 원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사실 바이오에피스는 얼마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복제약 특성상 단기간에 가시화된 성과를 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수백 개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을 기점으로 매출 1조 원을 넘기면서 가능성과 기대감이 커졌다.

현재 바이오시밀러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화이자, 암젠, 일라이 릴리, 바이오젠, 테바파마슈티컬 등 5개 업체가 25%를 차지하며 확고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400개 이상의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머크, 베링거인겔하임, 노보노디스크, 셀트리온 등과 함께 2위 그룹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번 인적분할 사유는 '이해상충 해소'다. 기존 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가 위탁한 의약품을 대신 개발, 생산하는 CDMO 기업이고,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는 자체적으로 바이오 복제약을 개발해 판매하는 회사라 자칫 바이오로직스가 수주한 고객사의 영업비밀이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의 신약 개발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점차 성장하면서, 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경쟁력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두 회사를 법적으로 완전히 독립시켜서 이해충돌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양사는 서로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는 남남이 된다. 결국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은 분할을 계기로 바이오 사업의 성장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10월에 신설되어 상장되는 에피스홀딩스에 바이오에피스뿐 아니라 또 하나의 자회사를 만들어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주의 권익 침해를 피하기 위해 바이오에피스는 앞으로 5년간 상장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정관에도 기재하겠다고 했다. 에피스홀딩스에 2개 이상의 자회사가 존재하면 혹시 그중 1개 회사를 또다시 상장시켜, 홀딩스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것을 염려하는 주주들을 안심시키려는 것이다. 과거 LG화학의 자회사로 있던 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모기업인 LG화학 주가가 폭락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오히려 한편에서는 5년 후에는 상장을 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체로 시장의 평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이 시기의 문제일 뿐 예견할 수 있었다는 시각이 많다. CDMO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과 축적된 기술 역량을 지렛대 삼아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것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번 인적분할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거론되는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8.5%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칫 삼성전자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물산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야만 할 거란 분석이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3.1%를 갖고 있는데, 이는 6월 말 가치로 30조 원이 넘는 규모다. 그래서 삼성물산이 분할된 기업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여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1.65%에 불과해서, 이번 분할을 활용하여 지분을 지금보다 높이는 작업을 할 거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해 삼성은 "인적분할 이유는 단 한 가지,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는 밸류업의 일환일 뿐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삼성의 전자 부문이 주춤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바이오 사업을 더욱 강화하여 이 회장의 '트로피 사업'으로 부각시키려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선대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를 초격차 반열에 올렸다면, 바이오 부분은 이재용 회장의 역작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분할로 삼성그룹 내에 중간 지주회사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향후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 작업도 있을 거란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전격적으로 추진한 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이 단순 바이오 사업 경쟁력 제고 목적에 그칠지, 아니면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의 초석이 될지 여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다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여파로 수년째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은 시장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소액주주 권익 강화 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적분할이 순수하게 밸류업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음을 결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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