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 관세'와 글로벌 경세(經世)전략

[MT시평]'트럼프 관세'와 글로벌 경세(經世)전략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25.07.15 02:05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트럼프 관세'의 협상시한인 8월1일이 다가온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이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재예고하면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중국, 일본, 독일, 캐나다, 한국 등 미국과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누리는 국가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단발 조치가 아니다. 1기 때부터 그는 '관리무역'(managed trade)이라는 방식으로 무역의 '결과'를 직접 조정하려고 했다. 대표 사례가 2018년의 철강·알루미늄 고율관세다. 당시 그는 국가안보를 명분 삼아 캐나다, 유럽연합, 한국 등 주요 수출국에 관세부과를 선언했고 한국은 25% 관세 대신 '수출 자율규제'를 수용했다.

국제무역 규범은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하거나 수입급증으로 국내 산업의 피해가 우려될 경우 수입국이 긴급수입제한조치, 일명 세이프가드(safeguard)를 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명시적 보호조치보다 복잡한 분쟁해결 절차를 회피할 수 있는 '자율협상' 방식의 회색지대 조치를 선호한다.

더 나아가 '트럼프 관세'는 국제통상이 단순한 경제논리를 넘어 '안보화'(securitization)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금융, 관세, 기술제재 등을 총동원하는 '경제적 국력행사'(economic statecraft), 이른바 글로벌 경세(經世)전략을 거리낌 없이 행사한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명분 아래 대미 무역흑자국에 시장개방 압력을 가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역과 안보를 결합해 국제질서를 재편하려고 한다.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차세대 정보기술, 전기차, 우주항공, 첨단기계 등 10대 전략산업에서 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한 보조금, 정부조달, 기술확보 전략은 전 세계의 경계심을 자극했고 결과적으로 주요국은 기술자립과 공급망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됐다. 전통적으로 시장개입에 소극적이던 미국조차 반도체, 배터리, AI 등 첨단산업에 대해 전방위 개입에 나섰다. 폴 크루그먼이 지적했듯 산업정책의 효과는 복합적이지만 글로벌 기술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이 부정적 효과마저 정당화한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예고된 '태풍' 앞에서도 이재명정부는 기술패권과 경제안보를 두고 펼쳐지는 미중간 지정학적 경쟁의 본질을 간과한 채 중국에는 '셰셰'(謝謝)하고 '트럼프 관세'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치기만을 바라는 듯하다. 기술과 안보경쟁이 격화하고 있음에도 연구·개발과 국방예산은 삭감되고 각 부처의 경제안보 전략은 서로 엇박자를 낸다. 대통령실은 '국익 우선'을 외치지만 한미 군사·기술·경제동맹에 대한 입장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태풍 앞에서는 요행이 아닌 철저한 대비가 필수다. 단기 처방에 불과한 '재난지원금식' 접근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이 앞치마를 두르고 오겹살에 폭탄주나 마시는 내수진작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인 글로벌 경세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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