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사기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

[MT시평]사기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25.07.25 04:15

[기고]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주관적, 실질적으로 사기를 당했으나 객관적으로는 그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피해자에게 법률 조언을 할 때가 많다. 어려운 상담인데, 법리나 논리의 문제만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피해자를 이해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도 형사상 사기와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를 생각해 보자. 돈을 빌려간 사람이 처음부터 돈을 갚을 능력과 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속이고 돈을 빌려갔다면 사기이고, 돈을 빌릴 당시에는 갚을 계획이었으나 추후 사정이 생겨 갚지 못하게 되었다면 채무불이행이다.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사기꾼이 처음부터 사기를 칠 생각이었다고 주장할 텐데, 심증은 가지만 구체적 정황과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행위 당시의 사기 고의를 증명할 증거가 없으면 객관적으로는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 억울한 피해자가 있으면 수사기관이 엄정히 수사해서 증거를 찾고 범죄사실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실무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위와 같은 문제는 모든 민사 거래에서 발생할 여지가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을 위해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객관적으로 사기에 해당하는 사안도 물론 있겠지만, 다른 범죄사건도 수사해야 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민사 거래에서 파생된 고소 사건은 아무래도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적극적으로 수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같은 유형과 방식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라면 수사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으나, 통상의 사인간 거래라면 '민사분쟁일 수 있다'는 선입견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우면 민사상 책임을 추궁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일정한 약속을 하거나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이행하지 못했다면, 형사상 사기 여부와 무관하게 채무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다만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이상, 법원이라고 하여 당사자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이행을 시킬 수는 없다. 채무불이행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면 경제적 피해 상당의 돈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당초 특정한 행위나 결과 발생을 약속받은 것이라면 그대로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금전 손해배상의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당사자가 임의 지급을 거절하고 강제집행할 재산도 없으면 사실상 아무런 실익이 없는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이 정도의 설명을 하더라도, 피해자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약속을 했는데 지키지 않았으면 당연히 사기 아닌가? 계약한 내용이 실현되지 못하면 계약서를 쓰고 약속하는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심정적으로 억울하고 답답한 피해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는데, 아무리 계약을 잘 하더라도 일정한 한계와 위험이 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것이 현실이라는 말을, 안타깝지만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 위험을 없애는 방법은 아예 계약과 같이 상대방이 있는 법률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결국 계약도 사람 사이의 문제이고, 둘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므로, 거래 상대방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계약서가 모든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을 위반할 경우에 대비한 보호책 등을 마련해 두어 사기 피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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