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경제는 생산가능인구 급감, 주력산업 성숙단계 진입, 첨단산업 및 기후기술 경쟁격화 등으로 '피크코리아'의 위험에 직면했다. 많은 전문가가 2040년대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상황에서 시급한 과제는 생산성 향상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규제개혁이다.
과잉규제와 시대착오적인 규제 틀은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억제해 민간의 창의적 도전을 제약하고 신산업의 출현을 가로막는다. 반면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경제의 역동성이 높아지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앞으로 5년 동안 신정부가 추진할 정책방향을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 3대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5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규제합리화를 중요 의제로 삼았다. 몇 주 안에 발표될 구체적인 규제개혁안은 다음과 같은 준거를 가지고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정부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는 인식하에 규제는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문제가 터져도 정부가 감당할 만한 수준의 경계를 정해주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최적의 균형을 찾도록 유도하는 링펜스(ring-fence) 접근이 유효하다. 과도한 선제적 규제로 신산업의 탄생 자체를 막지 않도록 네거티브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규제는 시대와 기술변화에 따라 항상 비효율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속적인 평가와 조정이 필요하다. 정부입법이든 국회입법이든 모든 규제는 도입 전후에 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환경, 인권 등과 관련해 급조된 비경제적 규제는 사후적으로 산업영향평가를 실시해 사회 전체적인 비용편익을 따져봐야 한다.
셋째, 규제개혁 및 집행의 주체인 공무원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집단간 이익과 손해가 걸려 있는 규제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크므로 전문가집단의 독립적 판단이 중요하다. 또한 규제를 합리화해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무원에게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넷째, 규제샌드박스를 넘어 '규제프리존' 도입이 요구된다. 자율주행, 드론물류, 수소모빌리티 등은 지역 단위에서 실험이 필요한 분야로 메가샌드박스적 접근이 유효하다. 메가샌드박스는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를 걷어내고 정부 지원을 집중해 신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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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규제개혁은 이익집단간 갈등조정 문제로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개별 사안이 아닌 패키지 방식으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여대야소의 정치구도는 규제개혁을 추진하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 볼 수 있다.
피크코리아를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기 위해 규제개혁은 생존의 문제가 됐다. 한편 인공지능 지원 등 산업정책 수행은 정부의 간섭을 늘리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지원은 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국정기획위원회의 철학이 규제개혁 방안에 구현돼 성장지향형 기업생태계가 잘 구축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