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외국인 연구자의 성장과 정착을 촉진하자

[투데이 窓]외국인 연구자의 성장과 정착을 촉진하자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2025.09.10 02:05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내우외환의 위기 앞에 있다. 2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국가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과학기술분야의 우수인재 확보가 거론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전략분야에서 인재부족 현상이 가시화하고 그나마 있던 국내 인재마저 해외로 빠져나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정부의 R&D예산 삭감은 엑소더스에 기름을 부었다. 인재공백은 기술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우리 인재를 보호하는 한편 우수 해외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는 지금 글로벌 인재쟁탈에 사활을 걸었다.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1억달러라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이 글로벌 두뇌를 미국 밖으로 밀어내는 동안 유럽과 아시아 각국은 이를 기회 삼아 앞다퉈 이들을 모셔간다. 영국은 글로벌인재TF를 출범하고 5400만파운드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일본은 인재유치에 1000억엔을 투자하고 외국인의 행정부담을 경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국내 거주 외국인 연구자의 성장과 정착을 위한 과제와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고급인재가 우리나라에 느끼는 매력도는 중하위권(2024년 38위)에 그치고 박사학위 취득 후 우리나라에 머물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50% 수준에 정체돼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연구자들은 낮은 처우, 연구의 안정성과 연구기회 부족, 승진기회와 취업정보 부족, 경직된 조직문화, 행정부담 등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생활 면에서도 언어와 문화장벽, 공공서비스 이용의 어려움, 높은 주거비, 자녀교육, 배우자 취업, 복잡한 비자제도 등이 이들의 정착을 가로막고 단기간 체류에 그치게 했다. 이는 연구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와 환경의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장애다. 대한민국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 돼서는 국가 차원에서도, 인재 개인 차원에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수한 해외인재를 모셔오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해 경력을 쌓고 성장토록 연구와 생활 전반에 거쳐 세심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즉 정책의 무게중심을 '유치'에서 '정착'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외국인 연구자들이 성장하고 활약할 수 있도록 전용펀드를 신설하고 R&D 역량교육 등을 통해 연구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R&D 지원시스템에서 영어 및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업정보와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해 성장경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한국 연구자들과 협업과 네트워킹을 위해 멘토링을 제공하고 과제평가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 연구자들조차 힘들게 만드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행정부담을 경감해야 한다.

연구환경 개선 못지않게 정주여건도 개선해야 한다. 외국인 연구자에게 특화된 한국어 교육과 사회통합 교육을 활성화해 초기적응을 돕고 비자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주거, 자녀교육, 배우자 취업 등 가족 단위의 안정적 정착대책도 필요하다. 공공서비스에서 다국어 접근성을 확대하고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문화적 소외감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이 '외국인 연구자'가 아니라 '동료 연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분위기가 과학기술계에도 널리 퍼져 우수한 외국인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성장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술혁신과 국가경쟁력의 주체는 언제나 인재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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