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회계 논란을 보는 시각

[MT시평]회계 논란을 보는 시각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2025.09.19 02:05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논란이 있는 문제일수록 예전에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 같고 지금이라도 나서서 원칙대로 하면 큰 업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때론 그 관행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결론일 수 있다.

회계의 목적은 결국 재무제표 이용자를 위해 기업의 재무상태를 기술하는 것이다. 그래서 혼란이 가중되고 처리비용이 너무 크다면 '예외'를 인정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관련 회계처리가 바로 이런 경우다.

IFRS17 회계원칙하에서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부채항목은 분명 '예외'적용이다. 하지만 현재의 회계처리 관행은 1999년 삼성차 채권단에 삼성생명 주식이 제공된 후 2004년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서 내린 최선의 결론이고 IFRS17 적용 이후에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부채를 '지분'이라는 단어 때문에 '자본'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계약자 몫을 자본에서 부채로 옮기는 작업은 이미 2004년에 이뤄졌다. 2004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논란이 된 생보사 투자유가증권 이익배분제도를 정리하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 인해 2004년 3월 말 1조원이던 삼성생명의 계약자 몫은 4조3000억원으로 약 3조원 늘어났다. 당시 논란은 지금도 네이버에서 쉽게 검색된다("생보회계, 배분 '당해 책임준비금' 일원화" 머니투데이 2004년 6월11일 보도).

최근 논란이 된 문제는 삼성전자 주식의 유배당계약자 몫이 자본이냐, 부채냐와는 무관하다. 이미 2004년에 처리된 것이다. 쟁점은 전적으로 회계적 이슈인데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금융부채 항목과 (IFRS17 원칙에 더 잘 부합하는) '보험계약부채' 간의 계정 재분류 문제다. 따라서 회계이슈가 아닌 삼성전자 주식매각 여부를 차치한다면 기업 거버넌스와도 무관하다.

그렇다면 깔끔하게 '보험계약부채'로 처리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금융부채'로 처리해서 이런 논란을 자초했을까. 이유는 현실적으로 매각시점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회계상에 큰 혼란을 빚을 수 있어서다. '원칙'을 적용하는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그래서 '원칙'이 허용한 대로 예외를 인정했다는 것이 그동안의 감독당국과 회계법인들의 판단이었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보험계약부채'에 반영하려면 실무적으로 매각시점을 특정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구체적인 매각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둘째, 유배당보험계약에서는 매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각시점을 어떻게 특정하느냐에 따라 보험부채의 규모가 매년 크게 변동한다. 현실적으로 계약자 몫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셋째, 삼성전자 주가변동이 '보험계약부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주가변동이 삼성생명 손익에 반영되는 모순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예외는 적을수록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예외가 오히려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삼성전자 주식매각 문제는 회계적 이슈가 아니다. 어차피 정치 및 사회적 합의의 문제는 회계영역에서 결론을 낼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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