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파생금융상품 시장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제로데이 옵션(Zero Day to Expiration, 0DTE)'이라는 초단기 파생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가 몰리고 있다. 옵션은 가장 기초적인 파생상품의 3가지(Plain Vanilla: 선물, 스왑, 옵션)중 하나로,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을 만기시점(Expiration Date)이 되면 행사가격(Strike Price)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주고받는 계약이다.
옵션 상품 중에서 0DTE는 만기일이 당일인 아주 특이한 상품이다. 기초자산은 주로 S&P500, 러셀2000과 같은 미국 주가지수다. 매매하는 날이 만기일이기 때문에 초단기 트레이딩, 뉴스 이벤트 베팅, 빠른 수익 회수, 리스크 관리 등의 목적으로 투자한다. 주로 수익률 극대화와 레버리지 효과를 추구한다.
0DTE 옵션은 2005년 시카고옵션거래소(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 CBOE)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2022년부터 거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CBOE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S&P500 지수(SPX) 옵션 시장에서 0DTE 거래가 차지한 비중은 62.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0DTE 옵션 시장은 개인투자자, 기관투자가, 고빈도매매(High-Frequency Trading, HFT) 알고리즘이 얽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생태계다. 0DTE 거래량의 가장 큰 동력은 개인 투자자다. 낮은 프리미엄으로 수백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한다. 개인투자자와는 달리 기관 투자가는 주로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시장에 참여한다. 단기 변동성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헤지(Hedge) 수단으로 활용한다. 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이나 주요 경제 지표 발표와 같은 특정 이벤트 전후로 관련 상품을 매입하거나 매도하여 위험을 관리한다.
HFT 전문 회사와 마켓 메이커(Market Maker, 시장 조성자)는 시장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한다.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 LLC), 버투 파이낸셜(Virtu Financial), 서스쿼해나(Susquehanna International) 등이 대표적이다.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를 모두 제시하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를 원활하게 한다. 매수-매도 호가 차이에서 수익을 얻으며, 시장참여자들이 언제든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거래량을 만들고 가격을 조작하는 등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0DTE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복합적으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먼저, CBOE 등 거래소들이 매일 만기가 돌아오는 옵션을 상장하여 시장을 창출했으며, 로빈후드와 같은 무료 증권 앱이 지수 옵션 거래를 제공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아울러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기준 금리 등락,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 관련 뉴스의 금융시장 파급력이 커지면서 장중 변동성이 확대된 것도 단기 투기 및 헤지 수단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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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DTE 활황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옵션 거래소와 HFT 업체들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7% 급증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HFT 및 마켓메이커들 역시 변동성 장세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버투 파이낸셜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옵션 시장 점유율 1위 시타델 증권은 금년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0%, 70% 급증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돈으로 전체 0DTE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0DTE 옵션은 만기까지 남은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기초자산 가격의 작은 변화에도 옵션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개인들은 대처할 시간과 능력이 부족하다. 매우 빠른 시장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품 특성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0DTE 옵션은 고도로 숙련된 트레이더에게 적합하며,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빠른 실행 속도가 요구된다. 명확한 전략이나 리스크 관리 계획 없이 거래를 하게 되면 심각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옵션 거래는 숙련된 트레이더도 타이밍, 가격 등을 정확히 맞추기 어려운 시장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거래 비용과 높은 레버러지 때문에 대박을 기대하며 쉽게 투자를 시작하지만, 수익을 내기 극히 어려운 구조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래수수료는 결국 계좌를 고갈시킨다.
'시장은 연착륙에 달려 있다(Markets count on a smooth landing)'라는 국제결제은행(BIS)이 2024년 3월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0DTE 투자로 대부분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3만2000%라는 천문학적 연간 손실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극히 드물지만 성공할 경우 7만9000%라는 극단적인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독일 국제통화정책 책임자를 지낸 뮌스터대 하이너 베크마이어 교수는 "0DTE 옵션은 복권과 같이 절대 다수가 손해를 보는 구조이며, 거래 비용도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특히 개인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는 별도로, 암호화폐 시장에는 이른바 '펍스(PERPS)'라고 부르는 '무기한 선물 (Perpetual Swaps)'이라는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붐이 불면서 투자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펍스는 투자가 성공하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투자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막대한 빚도 질 수 있는 상품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기만 하면 적은 돈으로도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앞다퉈 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무기한 선물 거래는 최대 100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부자가 되거나 망한다: 비트코인의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거래(Get Rich or Get Wiped Out: Bitcoin's Hottest New Trade)'라는 기사를 통해,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는 위험한 거래가 암호화폐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펍스의 위험성을 보도했다. WSJ은 이런 위험한 상품을 통해 돈을 버는 쪽은 거래를 부추기는 로빈후드, 코인베이스 같은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과 거래소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도박에서 진정한 승자는 도박장을 개설하여 장소를 제공하는 하우스인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한편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산 가격 고공행진을 우려하며, 과거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의 유명한 표현인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소환하며 시장의 투기적 행태를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0DTE 옵션 마케팅에 나서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수료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낮은 진입 비용만을 강조하면서, 극도로 높은 손실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현금을 경품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증권사의 이익과 투자자의 손실이 분리되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0DTE, PERPS와 같은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투자시장에서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포모(Fear Of Missing Out, FOMO)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난 과거의 FOMO의 끝자락에는 항상 긴 한숨과 회한만이 남았었다.
"시장은 탐욕과 공포에 따라 움직이는 도박장이다." 찰리 멍거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