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7천억 달러의 문턱에서 다음 수출을 묻다

[MT시평]7천억 달러의 문턱에서 다음 수출을 묻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5.12.24 02:05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우리 수출이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연간 70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과 미중갈등 일상화, 글로벌 교역 분절화라는 '삼중고' 속에 일궈낸 성과이기에 무게감이 남다르다. 2025년은 한국 수출이 불확실성을 피해간 해가 아니라 급변하는 통상질서에 정면으로 대응하며 체질을 개선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올해 한국 수출의 일등공신은 반도체와 선박이다. AI(인공지능) 시대 도래로 폭발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와 고부가가치 선박인도가 수출증가를 이끌었다. 시장의 지형도 달라졌다.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조정국면에 들어섰음에도 유럽연합(EU), 아세안, 대만 등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며 2024년 대비 수출이 증가한 국가가 130개국을 넘어선 점은 구조적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화장품과 식품 등 소비재 수출의 약진 역시 수출의 저변이 넓어졌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통상 리스크 대응을 위한 발 빠른 외교적 노력과 수출금융·물류지원, 시장 다변화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노력이 수출기업의 짐을 덜어줬다. 민관이 '원팀'이 돼 위기대응의 속도를 높였다는 점 역시 올해 수출성과를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그늘도 직시해야 한다. 수출의 온기가 일부 품목에 집중되고 여타 업종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질했다. 고환율 역시 과거처럼 수출 경쟁력에 도움을 주는 '효자' 노릇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와 중간재 도입비용을 끌어올려 기업의 채산성을 갉아먹는 '양날의 검'이 됐다.

다행스러운 점은 밖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OECD 등 주요 해외 기관은 공급망 재편의 격랑 속에서도 한국이 보유한 '초격차 기술력'과 '제조 안정성'을 높이 평가한다. 보호무역의 거센 파고에도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이는 올해의 실적이 일시적인 경기반등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살아 있음을 방증한다.

이제 시선은 2026년으로 향한다. 내년 수출은 미국의 관세장벽에 더해 당장 1월부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는 등 '환경'과 '공급망'이 결합된 복합규제 시대로 진입한다. 과제는 분명하다. 통상규범 준수를 사후대응이 아닌 경영전략의 최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신산업 육성으로 품목을 다변화하고 물량경쟁을 넘어 규제 대응력까지 갖춘 '질적 확장'을 이뤄내야 한다.

무엇보다 올해의 성과는 통계수치가 아닌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거래선을 지키고 품질과 납기를 사수한 수출 기업인의 뚝심과 결단이 있었기에 수출 7000억달러라는 금자탑이 가능했다. 다가오는 2026년 역시 가시밭길이 예상되지만 위기 때마다 길을 찾아온 우리 기업의 저력을 믿는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버텨온 모든 기업인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내년에도 한국 수출의 든든한 주역으로 힘차게 도약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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