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시장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는 글로벌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며, 거래·보관·결제 기능이 국경 없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초국경 경쟁의 장을 형성한다.
각 국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누가 더 합리적이고 정합적으로 제도화할 것인가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토큰화된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이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상황에서, 제도의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은 곧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직결된다.
이 점에서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규제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제도적 틀을 정비하려는 시도는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논의 과정에서 제시되고 있는 일부 해법의 방향성이다. 디지털자산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사이버 보안과 시스템 안정성,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소유 구조 제한은 인위적인 제한보다 운영의 투명성, 거버넌스 강화,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와 같은 행위 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요국들 역시 소유 구조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실질적인 운영 책임과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율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내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대형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는 주체다. 대규모 보안 투자와 기술 고도화, 해외 진출을 위한 자본 조달과 장기 전략 수행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소유 지분 제한은 국내 사업자를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고착시킬 위험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과 가상자산의 결합을 원천적으로 경계해 온 이른바 '금가분리'라는 그림자 규제 역시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규율 방식은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 목적보다는 산업 구조를 사전에 제한하는 효과를 낳아 왔고, 그 결과 경쟁 구조의 고착과 시장 집중을 초래해 왔다. 이분법적인 분리보다 각 영역의 위험 특성과 규율 원칙을 정교하게 조합함으로써 시장 진입과 사업 모델 경쟁을 촉진하고, 다양한 주체가 서비스·기술·보안 역량을 중심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지털자산 제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글로벌 정합성'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규율 체계를 갖출 때 비로소 해외에 투자 중인 국내 투자자의 복귀는 물론, 해외 투자자의 국내 유입과 함께 국내 시장의 제도적 신뢰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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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디지털자산 정책은 '규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섰다. 어떤 규율을 통해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경쟁에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규제를 쌓는 법이 아니라, 혁신과 경쟁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논의의 초점을 다시 본질로 돌려,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한국의 디지털자산 제도가 어떤 위치를 지향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