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교복 폐지' 이후엔 '바로 입기' 배워야

[우보세]'교복 폐지' 이후엔 '바로 입기' 배워야

정인지 기자
2026.02.27 05:2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26일 정부는 고가 논란이 불거진 전국 중·고교 교복값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가격 바로잡기위해 개선·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비싸고 불편한 정장형 교복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복·체육복 등으로 전환해 교복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새 학기 과다·편법적 교습비 인상 여부와 불법 사교육을 차단하기 위한 집중 신고기간도 운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교복 구입비가 60만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며 "개학을 앞둔 만큼 교복 가격 적정성 문제를 한 번 살펴봐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26일 정부는 고가 논란이 불거진 전국 중·고교 교복값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가격 바로잡기위해 개선·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비싸고 불편한 정장형 교복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복·체육복 등으로 전환해 교복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새 학기 과다·편법적 교습비 인상 여부와 불법 사교육을 차단하기 위한 집중 신고기간도 운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교복 구입비가 60만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며 "개학을 앞둔 만큼 교복 가격 적정성 문제를 한 번 살펴봐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등골 브레이커'로 논란이 된 정장형 교복에 대해 교육부가 폐지를 유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실제 폐지는 각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폐지 논리를 만들어준 만큼 교복과 생활복의 혼용 중 택 1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물로만 지원을 받아야 했던 일부 지역에서는 현금이나 바우처 형태로 전환해 중고 이용이나 형제자매 간 물려 입기도 활성화될 수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에서 "학부모의 교복 구입 부담을 완화하고 학생들의 생활 편의성도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환영했다.

다만 학생들의 복장이 생활복으로 단일화되더라도 학교 현장에서는 '복장 규정'이라는 숙제가 남는다. 교복이든 생활복이든 학생이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지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A중학교의 경우 복장 규정과 다른 옷을 입고 학교에 올 경우 3번 구두 지적 후 10분간 교내 청소를 시킨다. 이때 학생이 청소를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추가로 제재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중·고등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학교 규칙은 학생들의 기본권 침해라며 벌점을 부과하거나 지도·단속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생활부장 교사들은 "교사 생활 10년 동안 복장 지도를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교사도 있다"며 "복장 규정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규칙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행동을 방임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생활복은 지정복이지만 평상복과 형태가 비슷해 자유롭게 입는 경우도 있다. 생활복은 학교에서 규정한 색상과 모양의 티셔츠, 후드집업, 바지 또는 스커트 등으로 구성된다. 일부 학교에서는 색상이나 형태가 비슷하면 기성 브랜드의 혼용을 허용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자유를 인정해서라기보단 현실적으로 세세한 복장 지도가 어렵다 보니 '눈감아준다'는 표현이 가깝다.

교복이 우리나라에서 40년간 유지돼 왔고, 또 그 형태가 생활복으로 변형되더라도 '전면 복장 자율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에서만이라도 빈부격차를 가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학생들이 진로 준비와 교우 관계 형성에만 신경 쓰도록 해 주고 싶어서다. 하지만 생활복으로 단일화된 이후에도 변칙적인 착용이 허용된다면 5년 뒤, 10년 뒤에는 이번에는 생활복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교복 논란과 관련해 취재를 했을 때 교사들이 가장 강조했던 점도 바로 '규칙'이다. 교복이든 생활복이든 입기로 했다면 올바르게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를 어겼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교육적 수단이 없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야구모자를 쓰고 있어도 '특별히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교사들은 벗으라고 지적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오늘날의 학생 복장'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린 만큼 정장형 교복을 벗기만 할 게 아니라 학생과 학교가 동의할 수 있는 올바른 복장에 대해서도 동시에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이를 어겼을 때 교사들이 어떻게 지도를 할 수 있을지까지 결론지어져야 활동성과 경제적 장점이 있는 생활복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정인지 정책사회부 차장
정인지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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