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스(IMAX)와 중력의 예술 [투데이 窓/남수영]

아이맥스(IMAX)와 중력의 예술 [투데이 窓/남수영]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2026.08.2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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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세이 아이맥스 열풍 이유는
모바일 숏폼영상이 흉내낼 수 없는
현실적 신체적 고투와 아날로그 미학

무더위엔 시원한 극장이라는 영화 성수기의 공식처럼, 국내외 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극장가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아이맥스(IMAX)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도 그 중 하나다. 국내에서만 2주 만에 관객 500만이 몰리며 흥행 질주 중이다. 트로이 전쟁과 고난의 귀향길이라는 익숙한 신화적 서사를 3시간의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이 엮어낸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더불어 극장에서만 가능한 스크린 광학의 고유한 미학 덕분이다.

영화 기술사에서 아이맥스, 혹은 와이드스크린의 계보는 1950년대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 기술로 올라간다. 한눈에 들어오던 고전적 화면비(4:3)를 넘어, 가로로 길게 펼쳐진 대형 화면이 주는 효과는 단순히 '더 크게' 보는 데 있지 않았다. 우리의 시선이 스크린 너머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게 함으로써 관객은 그저 관찰자가 아니라 영화적 세계의 대기 안에 존재하는 것같은 현상학적 일체감을 체험하게 된다. 사실적 효과로 자주 비교되는 3D 기술이 영화가 관객에게 '다가오는' 감각을 주는 반면, 시야각을 가득 채우는 거대 스크린은 관객이 그 세계 '안에' 들어가 있는 감각을 강조한다.

전통적인 예술은 현실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난 이상을 감각하게 하는 데서 매력을 찾아왔다. 마음의 눈으로 본 풍경,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천상의 얼굴과 목소리, 인간의 몸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완벽한 움직임처럼, 예술은 현실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형상을 추구해왔다. 중력이 현실을 붙잡아두는 힘이라면, 예술은 오랫동안 그 중력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어온 셈이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마리오네트 인형극장에 관하여'에서 인형의 움직임을 예술적 아름다움의 이상으로 제시한 것도 그래서다. 땅의 중력에 붙잡힌 인간의 몸과 달리, 줄에 매달린 인형은 중력의 제약에서 벗어나 가볍고 우아하게 움직인다. 춤의 이상이 얼마나 오래 공중에 떠서 나는 듯 움직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처럼.

반면 영화는 현실과의 밀착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완전한 판타지일 때조차 영화에서는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물리 법칙이 작동해야 한다. 외계인이 등장해도,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이라 할지라도, 영화는 그것들이 어디선가 실재하는 것처럼 만든다. 영화적 상상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결국 현실의 중력과 물질성에 발을 딛어야 한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낯선 세계라도 그 세계가 현실로 믿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3D나 아이맥스는 텔레비전, 데스크톱, 나아가 모바일 기기의 화면이 결코 만들 수 없는 경험이다. 오늘날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손바닥 안의 스크린,' 특히 숏폼 영상과 모바일 미디어의 세로형 화면은 세계 전체의 풍경을 과감히 잘라내고 오직 한 사람의 얼굴과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 1인 중심의 버티컬 프레임은 누구나 창작자가 되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이런 이미지의 경험은 영화가 지닌 독특한 현실성을 대체하지 못한다. 우리는 숏폼을 쉼 없이 넘기며 '재미'를 소비하지만, 그 세계 속으로 온전히 빨려 들어가는 '몰입'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시각효과(CG)로 쉽게 배경을 입히는 게 일반화된 오늘날 <오디세이>의 아날로그 미학의 더 돋보이는 이유다. 실제 로케이션의 거친 환경에 거대한 조형물들을 세우고 부숴가며, 더욱이 2분30초마다 아이맥스 필름을 바꿔가며 쌓아 올린 그 영상 속의 신체적 고투와 중력의 흔적은 픽셀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파편화된 가상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관객들이 기꺼이 3시간의 항해에 동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는 상상의 세계를 실제 경험으로 바꾸어 전달한다. 그 현실의 무게를 온몸으로 마주하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어두운 극장으로 향한다.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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