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투표 결과따른 후폭풍 어떻게 전개될까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정치권에 만만찮은 후폭풍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가 실시될 때까지의 정치적 대립도 격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 여하에 따라 정치권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복지정책의 향배, 오세훈 서울시장의 거취 문제 등을 놓고 지리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질 경우 즉, 기준 투표율(33.3%) 미달로 투표가 성립하지 않거나 성립됐지만 전면무상급식 찬성이 과반이상 나오면 오 시장과 한나라당은 거센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서울시가 승리하면 한나라당은 ‘복지 포퓰리즘’을 둘러싼 논쟁에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고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그만큼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주민투표와 관련된 여러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여서 한나라당과 오시장은 승리한다고 해도 야당과의 법정 공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가 정치권에 부를 파장을 시나리오별로 알아봤다.
◇시나리오1 = 투표 불성립
민주당의 희망대로 투표율이 기준(33.3%)에 미치지 못해 주민투표가 성립하지 않으면 그 1차적 타격은 물론 오 시장에 가해질 수밖에 없다.
오 시장으로서는 '반 포퓰리즘 전사'를 자처하며 싸움에 뛰어들었지만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한 채 허무한 결말을 맞게 된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투표비용 182억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고 소득 없이 서울을 정쟁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도 거세질 수 있다. 오 시장이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차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도 ‘잠룡’의 지위가 현저히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주민투표를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한 한나라당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당이 나서서 말렸어야 했는데 지도부까지 나선 것과 관련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난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주민투표법 상 중앙당은 언론을 통한 의견 개진 정도만을 할 수 있어서 총대는 서울시당이 메고 투표 독려 및 선거운동을 해왔고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은 공식 회의 석상에서 오 시장을 적극 두둔하는 것으로 힘을 실어줘 왔다.
주민투표 불성립은 민주당이 바라던 바다. 때문에 불성립은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를 의미한다. 민주당은 이 승리를 바탕으로 복지정책의 틀로 제시한 '3+1' 무상복지 시리즈(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그리고 반값 등록금)에 더욱 추진력을 보태면서 총선은 물론 대선 정국에서도 한결 수월한 정책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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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주민투표 결과와 자신의 거취 문제를 아직 연결시키지는 않았지만 주민투표 불성립의 경우, 오 시장이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단연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시나리오2 = 주민투표 성립과 서울시 승리
주민투표를 앞두고 잇따라 실시된 여론조사들은 약 6:4의 비율로 서울시안 우세를 점치고 있다. 따라서 투표율이 기준(33.3%)만 넘으면 서울시가 승리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서울시가 승리하면 오 시장은 강력한 '보수의 기수'로 떠올라 시장직을 잘 마무리하면 차차기 대선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한나라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새로운 흥행요소가 생길 수 있다.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존재하지만 오 시장 같은 잠룡들이 당내 경선에 나설 경우, 대선 분위기를 띄우면서 누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든 그의 대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비록 오 시장이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서울시가 이길 경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복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흥행에 불을 당길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무상급식을 필두로 한 복지 정책에서 민주당에 끌려가는 처지였던 한나라당은 주민투표에서 이길 경우, 복지 논쟁과 관련된 민주당과의 대결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반면 민주당이 집권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무상복지 시리즈에는 불가피하게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승리해도 민주당과의 대립각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급식은 교육감의 권한인데 서울시장이 주민투표를 발의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주민투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낸 것도 큰 변수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서는 투표 자체가 아예 효력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야권은 서울시의 단계적 무상급식 안을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 급식"으로 규정, 공세를 거두지 않을 기세다. 야권은 전면무상급식 안에 소요되는 예산이 연간 4092억, 서울시의 단계적 무상급식 안에 따른 예산은 3037억으로, 그 차이가 약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182억원이 들어간 주민투표를 두고두고 공격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주민투표는 끝나더라도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 선거 정국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3 = 주민투표 성립과 서울시의 패배
기준 투표율을 넘겨 투표함을 열었는데 전면 실시 찬성이 과반을 넘으면 역시 야권의 승리로 게임이 끝난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그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민주당 등이 주민투표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일관되게 ‘투표 거부’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현실화하면 서울시가 패배를 인정하고 전면적 무상급식 실시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대권주자로서의 오시장과 내년 총선,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한나라당에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민주당 등 야당 입장에서는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복지논쟁을 주도해 가면서 선거 정국에 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