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주민투표①>9개월여 대립·갈등·논쟁 '대한민국이 시끌'

<특집:주민투표①>9개월여 대립·갈등·논쟁 '대한민국이 시끌'

특별취재팀(박규준·권은영) 기자
2011.08.14 17:06

서울시·시의회 넘어 중앙정치권마저 극심한 충돌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서울시와 시의회간 대립을 넘어 여야 중앙정치권마저도 극심한 대결구도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지난해 치러진 6·2지방선거 결과에서 이미 예견된 현실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시장은 힘겨운 승부 끝에 서울시 수장이 됐다. 그러나 개운치 않은 승리였다. 오 시장 앞에는 야당인 민주당이 70% 이상 압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한 여소야대 형국의 시의회가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과정에서 양측 모두 무상급식을 앞세운 보편적 복지정책 대결로 한바탕 치열한 혈전을 치른 뒤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단맛을, 오 시장은 쓴맛을 본 꼴이었다. 이미 무상급식은 언제 다시 불붙을지 모를 화약고였다.

우려는 결국 지난해 7월1일 민선5기가 문을 연지 채 5개월도 넘기지 않은 시점에 현실로 나타났다.

11월18일 시의회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어 12월1일 결국 민주당 주도의 시의회는 아예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다음날 즉각 시의회와 시정협의를 중단하고 시의회 출석 거부를 선언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오 시장과 시의회 사이의 기싸움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오 시장 이틀후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12월30일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재의결했다. 시한을 넘겼던 2011년도 예산안도 시의회 입맛에 맞도록 조정해 함께 처리했다.

이 것은 예선전이었다. 양측은 새해를 맞아 본선 경기에 돌입했다.

1월6일 시의회는 직권으로 무상급식 조례안을 공포하며 시와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10일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공식적으로 제안하며 맞불을 놓았다. 처음으로 주민투표 논란이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시는 31일 주민청구에 의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절차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을 주축으로 서명운동을 펼쳐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형식을 취하려는 의도였다.

시의회의 높은 벽에 막힌 오 시장이 짜낸 고육지책이었다. 사실상 시가 주도하지만 겉으로는 시민이 앞장서는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2월 1일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 1~4학년생에 대한 의무급식 실시를 발표하면서 시와 시의회간 무상급식 논란에 가세했다.

시는 8일 1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에 대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서명을 위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했다. 주민투표를 향한 구체적 계획단계의 실행이었다.

이에 따라 운동본부는 9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본격 서명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법적으로 180일동안 청구권자 총수(836만83명)의 5%(41만8000여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이틀 뒤인 11일부터 청구인 대표자인 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본격화했다. 동시에 운동본부는 서명요청권을 위임하기 위해 위임신고서를 접수받기 시작했다. 시가 3월15일까지 위임신고증을 교부한 청구권자는 2만1343명이었다.

운동본부는 4개월 이상 계속된 서명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80만1263명 서명이 담긴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서를 시에 제출했다. 6월16일이었다.

시는 다음날인 17일 곧바로 무상급식 청구 사실을 공표하고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도 19일부터 주민투표 발의까지 무상급식과 관련한 불법 투표운동 행위에 대해 단속을 펼치기 시작했다.

시는 20일 무상급식 지원방안에 대해 당초 방침을 바꿔 소득하위 50%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안이 시가 지금까지 고수하는 무상급식 방안이다.

27일에는 오 시장의 시정에 대해 반대운동을 펼쳐 나갈 오세훈심판·무상급식실현·서울한강운하반대시민행동준비위원회가 발족됐다. 참여연대 등을 중심으로 하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대응기구도 조직됐다. 이 때부터 무상급식 주민투표 반대 진영에서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와 별도로 시는 27일부터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권자 서명부에 대한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7월10일까지 전산조회, 서명부 열람, 이의신청 등 작업이 지속됐다. 7월4일부터 시와 자치구별로 서명부 열람을 시작해 10일까지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는 13만4469건에 이르렀다. 시는 이 같은 검증작업을 토대로 7월12일 유효 서명 청구권자가 67%라고 발표했다.

검증작업 과정에서도 양 진영의 날선 공방은 끊이지 않았다. 7일에는 민주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명에 대해 조작과 대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12일에는 무서운시민행동준비위원회가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를 명의도용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이어 15일 주민투표 서명부 증거보전 신청, 19일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21일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 소송 등을 잇따라 법원에 제기했다.

20일 시는 그동안 5차례에 걸쳐 개최한 시 주민투표청구심의회의 주민투표 청구 서명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시는 남은 주민투표 일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행정법원은 25일 무서운시민행동준비위원회가 앞서 제기한 주민투표 서명부 증거보전 신청을 기각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진행된 법적 분쟁에서 나온 첫 판결이었다.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일간지 등에 게재한 시의 정책광고가 인권침해 행위라고 결정했다.

시는 27일 당초 28일로 예정했던 주민투표 발의를 26~27일 기습폭우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여론 악화를 우려해 잠정 연기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같은 날 한나라당은 최고위원회의 논의에서 주민투표를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8월 들어 주민투표는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시는 1일 폭우피해로 연기했던 주민 선택투표 발의를 공고했다. 투표일은 24일로 하고 투표방식은 두 가지 사항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식으로 결정했다.

시가 주민투표를 발의한 이날 시교육청은 시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주민투표가 본격 시작되자 2일에는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와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주민투표 대표단체로 시선관위에 등록했다. 3일에는 시선관위에서 투표문안 순서를 추첨으로 결정했다.

9개월여 이상 대립, 갈등, 논쟁 등을 불러일으켜온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단순히 오 시장과 시의회, 시와 시의회 등을 넘어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24일 민선5기 서울시정이 안고 있는 최대 난제가 주민투표로 결론이 난다. 어느 쪽이 승리하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오랜 시간동안 극과 극으로 나눠져 파일대로 파인 상처의 골은 깊다. 여진처럼 계속될 법적 공방도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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