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주민투표⑥>법률공방서 소송전?…33.3%의 전쟁

<특집:주민투표⑥>법률공방서 소송전?…33.3%의 전쟁

특별취재팀(박태정) 기자
2011.08.14 17:10

무상급식 주민투표 운동 양상

24일 시계바늘이 오후 8시를 가르키는 순간, 서울 시민의 시선은 투표 결과보다 투표율에 집중된다.

'투표율 33.3%',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점이다. 넘어서면 오세훈 서울시장 손이, 모자라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손이 번쩍 들려진다.

주민투표법은 유권자 33.3% 이상이 투표하지 않으면 아예 개표를 불허한다. 휴가시즌에 휴일도 아닌 평일, 투표율 33.3%를 넘기는 건 쉽지 않다. 주민투표 운동이 정책의 찬반 여부가 아닌 '투표 참여' 대 '투표 불참'으로 전선이 명확하게 그어지는 이유다.

◇투표청구 절차 상 법적공방

1일 주민투표가 발의되기 전만 해도 전선은 사뭇 달랐다.

6월 16일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시민 80만여 명의 서명을 모아 주민투표를 청구하면서 서울시와 시의회 민주당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절차에서 사사건건 날카롭게 부딪혔다.

주민투표 절차 상 논란은 법원의 손에 맡겨졌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주민투표 진행 절차를 중지해달라며 ''수리처분 집행정치 신청''을 행정법원에 냈다.

주민투표 발의를 앞두고 예상치못한 집중호우는 오 시장에게 암운을 드리웠다. 집중호우 피해 책임의 화살이 오 시장을 향했고 예정된 발의는 미뤄졌다.

여론을 살피며 법정 발의 기한이 다 돼서 주민투표를 발의한 서울시는 "공식발의를 하지만 현재 시정의 1순위는 수해복구와 원인규명"이라고 숨죽여야 했다.

◇'참여vs불참' 둘러싼 법적소송

발의와 함께 주민투표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법률 공방에서 전선은 재편됐다.

시교육청 편에 선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는 승리를 위한 '투표 거부' 모드로 전략을 빠르게 전환했다. 대신 '조용히' 투표거부운동을 한다는 입장이다. 굳이 투표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없어서다.

소득에 따른 선택적 지원을 강조하려던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시선관위에 등록된 단체 이름도 투표참가운동본부로 바꿨다.

현수막이 나붙고 양측 단체가 잇따라 발족식을 벌였음에도 큰 이슈없이 잠잠하던 투표운동은 오 시장이 5일 공개적인 자리에서 투표 참여를 촉구하면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나쁜투표거부운동이 오 시장을 주민투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자, 포퓰리즘추방본부는 "주민투표를 거부하면서 투표운동 대표단체로 등록해 선관위를 속였다"며 나쁜투표거부운동 대표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했다.

◇한나라, 민주당 본격 '주민투표 국면'으로

내부의 미묘한 정치적 입장 차이로 인해 한동안 지켜보던 한나라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일 서울시당 운영위워회를 열어 '복지포퓰리즘 반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지역 48개 당원협의회를 내세워 주민투표를 독려하기로 했다.

12일 오 시장의 대권 불출마 선언으로 박근혜 전 대표 진영 등 유력 대권 후보들의 행보도 다소 가벼워졌다. 이들이 오 시장을 본격 지원하게 되면 막판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

야권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야당을 한데 묶는 중요 고리라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서울시 야 5당은 앞서 서울시내 500여 동에 주민투표 불참을 독려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강북에는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하자'로 강남엔 '182억 혈세 낭비 주민투표 중단하고 수해복구 전념하라'로 달리했다.

다만 당의 이름을 걸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시민단체와 함께 구성한 나쁜투표거부운동의 이름으로 투표거부 운동을 벌여 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따라 막판 전략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1주일 전략과 과제

투표운동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수해복구로 발목이 잡혔던 오 시장이 주민투표 알리기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의 시선은 오 시장과 곽 교육감에 집중될 것이기 보인다.

오 시장도 신문지상에 인터뷰를 통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여러차례 "투표함만 열면 자신있다"고 한 만큼 투표율 높이기가 지상목표다. 투표 당일 날씨와 마무리 되지 않은 수해 원인조사 등이 변수로 남는다.

나쁜투표거부운동 측은 역대 선거투표율을 제시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유효 투표율이 33.3.%를 넘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자신한다. 33.3%에 해당하는 투표자수는 278만 표인데 이는 오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받은 득표나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얻은 표보다도 많다는 논리다.

그러나 오 시장이 투표일을 앞두고 마지막 남은 '시장직 사퇴' 카드를 내밀 경우 보수층을 결집해 투표율이 예상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은 투표 하루 전날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민투표가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벌이는 알맹이 없는 주민투표라는 비판에서 어느 쪽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투표가 보수-진보로 나눠 절차상의 싸움으로 쏠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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