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꾸라지 천국

[기자수첩]미꾸라지 천국

최중혁 기자
2013.03.19 15:00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더니…."

 최근 불거진 서울 국제중학교 문제에 대해 교육부 한 공무원이 한 말이다. 의사·교수·법조인·사업가 등 사회적으로 별로 배려받을 필요없는 가정의 자녀들이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고 수천만원의 기여금을 내고 입학시켰다는 학부모의 양심선언까지 나왔다.

 '있는 사람들이 더한'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말 터진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도 우리 사회 지도층의 본색을 여실히 보여줬다. 유학원 대표에게 거액을 주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적을 허위 취득한 뒤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 입학시켰다. 재벌가 학부모들, 전직 국회의원 자제 등 100명에 가까운 부유층 학부모들이 무더기로 걸렸다.

 이들에게선 내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낼 수만 있다면 편법·불법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공통적으로 읽힌다. 몇몇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황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오죽하면 "더 높은 도덕성은 기대도 안하니 제발 있는 법이라도 잘 지켰으면 좋겠다"고 서민들이 눈높이를 낮추려 들까.

 한 공무원은 "지난 5년간 교육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진 것 같다"며 "불법과 편법으로 부와 권력을 대물림받은 아이들이 10년뒤, 20년뒤 다시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돼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학교 다양화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일부 정책들이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킨 측면이 있고 이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다른 견해도 있다. 또다른 공무원은 "부모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같은 아이들이 지금까지는 인재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래 사회 인재의 기준은 인성과 창의성인데 '미꾸라지의 자녀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부작용은 확실히 손을 보되, 학교 다양화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속성상 이같은 견해가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10년뒤, 20년뒤 이런 의견대로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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