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잠'을 아십니까…몸으로 표출하는 소속감

'과잠'을 아십니까…몸으로 표출하는 소속감

대학경제 이진호 기자
2014.10.14 10:17

학과 내 유대감 상승, 간편한 등교패션으로도 일품

연세대 머천다이즈 판매점에 비치돼 있는 학과 점퍼 /사진=이진호 기자
연세대 머천다이즈 판매점에 비치돼 있는 학과 점퍼 /사진=이진호 기자

가을바람이 스며드는 요즘, 대학생들은 여름 내내 묵혀둔 가을 옷을 꺼내 등교길에 나선다. 과 점퍼(일명 과잠)도 그 중 하나다. '과잠'은 대학생들에게 훌륭한 패션아이템은 물론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안겨주는 매개체의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13일 연세대 신촌 캠퍼스. 이른 시각에도 1교시 수업을 위해 학생들이 총총걸음으로 걸어간다. 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은 과 점퍼를 입고 있다. 선명히 자수된 학교 이름과 학과, 학번이 그들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듯 하다.

연세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이 모씨는 "과잠 하나만 걸치면 모든 날씨에 걱정 없다"며 "옷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담요'의 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여학생들은 이것 하나만 걸치면 아침에 꾸밀 필요가 없다"며 빠른 등교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곽 모씨는 "아침에 입을 옷이 없을 때도 좋다"며 "중·고등학교 때 교복을 입은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도 한다"면서 "사실 고학년들은 (학번이 적혀 있어) 입기 쑥스러워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과 점퍼는 말 그대로 소속 학과를 나타내는 성격이 크다. 예전에는 학교를 드러내려는 목적이 컸지만 요즘에는 각각의 학과를 표시하기 위해 소매 색깔로 차별화를 주는 등 다양한 디자인의 과 점퍼가 캠퍼스를 물들인다.

홍익대 판화과의 조익환 씨는 "각 과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며 "우리(홍익대) 미대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컬러의 점퍼를 착용한다"고 전했다.

조 씨는 "(점퍼)색깔만 보고도 어떤 과인지 안다"며 "각 학과마다 특색 있는 점퍼를 디자인하기 위한 학생회 회의도 열린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휴학생 문 모씨는 "사실 학교 점퍼라기보다는 '학과' 점퍼에 가깝다"면서 "바깥보다는 교내에서 내가 소속된 학과를 표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옷을 입었다는 '단결감'이 과 점퍼를 입는 가장 큰 이유 같다"며 "학과 안에서도 반 단위로 나눠 점퍼를 입는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과 점퍼가 일부 명문대생의 전유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서강대 경영학과 안 모씨는 "은근히 학교의 자존심을 내세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에서 여대 잠바를 입은 여학생을 봤다"며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라"고 전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교에 재학하는 이 모씨는 "우리학교 과잠을 입는데 부끄러움은 없지만 아무래도 명문대생의 점퍼를 보면 주눅이 들기도 한다"며 "은근슬쩍 자부심을 내비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에서 나와 반대방향(이른바 명문대 쪽)으로 통학하는 학생이 입은 점퍼를 보면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사회학자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이론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다. 세 번째 항목인 사회적 욕구처럼 과 점퍼를 입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소속되기를 바라는 욕구가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잠 문화는 집단 구성원들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요즘엔 대학의 간판보다는 소속된 학과의 프라이드를 나타내는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고학년은 이러한 소속감은 흐려지고 사회로 나가는 준비 단계라 착용빈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전제하며 "동지애나 결속 같은 매슬로우 이론의 세 번째 단계인 '사회성'과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 교수는 "과 점퍼를 입는 것은 학교 자랑보다는 내부 연대감의 표시로 봐야한다"며 "오히려 비싼 옷을 사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편리한 패션아이템이 되기도 한다"고 전해 과 점퍼가 주는 소속감과 편의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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