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언니·양오빠 맺으실 분"…결국 학교폭력으로

"양언니·양오빠 맺으실 분"…결국 학교폭력으로

이미호 기자
2016.06.19 14:27

온라인상 '관계맺기'가 학교폭력 유인…사이버폭력 예방교육 강화 필요

#"저는 '잘 나가는 언니'들하고는 별로 안 친해요. 키는 작은 편이고 말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한 사람하고 친해지면 진짜 잘해줘요. 저랑 양언니 맺으실 분 있나요? 양언니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중학교 1학년 나궁금(가명)양은 얼마전 SNS에 양언니 구하는 글을 올렸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구 사귀기도 쉽지 않은데다 양언니가 생기면 생일도 챙겨주고 '내 편'이 되어준다는 이야길 들어서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중학교 1학년 이동생(가명)양은 같은 학교 3학년 언니들로부터 구타와 언어폭력을 당했다. 그 언니들은 양언니의 친구들이었다. 이양을 잘 챙겨주던 양언니는 사소한 말다툼 이후 태도가 돌변했다. SNS상에서 이양을 소환, 자신의 친구들을 동원해 댓글로 욕설을 하는 등 끊임없이 괴롭혔다. 급기야 동네 놀이터로 불러 따귀를 때리고 심지어 "저렴하게 논다"며 티셔츠를 벗기고 속옷만 입은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초·중학생들 사이에서 양언니, 양오빠 등 이른바 '양맺기' 문화가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좋은 선후배로 지내자는 당초 취지가 변질돼, 결국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교육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양맺기'는 초·중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된 문화다. 학교폭력이 최정점에 달했던 2012년에도 '양언니 문화'가 있었지만 당시엔 금품갈취 양상으로 나타났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양언니와의 기념일이나 생일을 챙긴다는 목적으로 학생들이 학급 단위로 돈을 걷고, 이 돈을 받은 양언니는 또 다른 선배 양언니에게 '상납'하면서 이슈가 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라는 수단을 통해 양맺기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양언니들이 언어폭력을 포함한 사이버범죄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년간 '양맺기' 사례를 집중적으로 상담해 온 한 교사는 "(양언니와 양동생이)사소한 말 실수나 감정적으로 부딪히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폭력의 형태로 확장된다"면서 "'내 편'이 됐던 양언니가 한순간에 돌변하면서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단지 몇 분만에 수십개의 '저격(댓)글'을 달아버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온라인상에 소환돼 '저격글 공격'을 당하는 피해자는 대부분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는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양맺기의 부작용이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니라 오프라인상 폭력으로 이어지는 등 사실상 학교폭력의 유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양맺기' 글을 올릴때 얼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부위를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는 나중에 '조건만남'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쁜 마음을 먹은 양언니·양오빠들이 이른바 '중간책'에게 사진을 넘긴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관계당국이 사이버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주지하고 예방 교육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오프라인상 올바른 관계맺기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남억 광운대 상담복지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SNS세대'로 불리는 초중학생들은 이제 사이버라는 세계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고 사이버상 관계맺기를 피할 수도 없는 세대"라며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 보다는 사이버상의 올바른 관계맺기라든지 활용법을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