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130년 이대 역사 최초 '치욕'…"특혜없다" 끝까지 부인, 교수들 "갈길 멀다"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19일 결국 사임했다. 올해 7월30일 학내 경찰력 투입으로 사퇴 요구가 시작된 지 81일만이다. 직장인 평생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일방 추진 논란에 현 정부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각종 특혜시비까지 불거지자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최 총장은 미래라이프대학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은 인정하면서도 정유라씨 특혜 의혹에 대해선 "있을 수도 없다"며 거듭 부인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특혜의혹 해명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았다.
이화여대는 최 총장이 19일자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1980년 이후 최연소 총장 타이틀로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이대 130년 역사상 최초로 4년 임기를 못 채우고 불명예 퇴진하는 총장이 됐다. 보직교수들 역시 조만간 뒤따라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최 총장은 불명예 퇴진에 대해서 기자회견 등 일체 언론 접촉없이 '총장직을 사임하며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A4 한 장 분량 서면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최 총장은 "이화가 더이상 분열하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사임한다"며 "미래라이프대학 추진으로 본관점거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난무한 의혹까지 이화 구성원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사퇴압박의 단초가 된 미래라이프대학 졸속 추진에 대해선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이화여대는 교육부의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에 참여해 30억원을 지원받고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에게 충분한 설명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졸업장 장사' 논란이 일었다. 7월28일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했고 학교 측 요청으로 같은 달 30일 경찰 1600여명이 투입되며 사퇴 요구가 시작됐다. 학생들이 본관점거를 이어가자 최 총장은 8월3일 미래라이프대학사업을 철회했으나 퇴진 요구는 계속됐다.
최 총장은 "교육기회 확대의 건학이념과 '섬김과 나눔'이라는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추진했다"면서도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하고 소통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최 총장은 사퇴표명과 함께 본관 점거를 풀고 학업에 복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을 위해 체육특기생 입시조항을 신설하고 출석과 학점 등 학사과정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여전히 부인했다. 최 총장과 이대 학교 측은 17일 학내 구성원을 상대로 정유라씨 특혜의혹 설명회를 열었으나 명쾌한 설명보다는 "특혜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퇴진 요구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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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장은 이날도 "지금까지 나온 의혹에 대해서 학교로선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해명했다"며 "체육특기자 관련 입시와 학사관리에 특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체육특기자 등 수업관리를 체계적이고 철저히 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예고했던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소속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100여명이 모여 예정대로 시위를 진행했다. 최 총장 사퇴는 교수협 요구사안 3가지 중 하나일 뿐이고 학내 시위 중인 학생들의 안전 보장, 이화여대 지배구조 개선 등 요구가 관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명서 낭독에 나선 박정미 기독교학과 교수는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이 많고 비리의혹이 남아있다"며 "(최순실씨 딸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최 총장과 관계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협 공동회장 김혜숙 교수는 "당초 요구 3가지 가운데 총장 사퇴가 이뤄진 것"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법적 처벌방지와 재단 개혁 등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의혹에 대해서도 "(17일) 설명회 때 들은 바로는 (학교측의) 임의적인 해석이 있다고 본다"며 "여러 사항 가운데 유독 이 학생(정유라씨)에게만 일어난 일을 설명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