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2만원도 안되는 가스경보기만 있었어도...강릉 펜션 사고와 인재

[우보세]2만원도 안되는 가스경보기만 있었어도...강릉 펜션 사고와 인재

오세중 기자
2019.01.06 08:00

美 시더시티, 최악의 철길 교통사고 후 대처가 후진국형 재난이 빈번한 우리에게 주는 조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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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12월 1일 유타주(州) 소재 시더시티(Cedar City)에 눈보라가 몰아쳤다. 늘 같은 길로 3년간 스쿨버스를 몰았던 운전기사 페롤드 실콕스씨가 막 철길 건널목을 건너려 하고 있었다. 그는 규정대로 건널목 앞에서 정차한 후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눈보라가 심해 시야로 불과 몇 미터 옆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가 확인 후 눈보라 속에서 철길을 건너기 시작할 때 시속 100㎞로 진입하는 화물열차가 나타났고, 충돌하면서 버스를 800m가량 끌고 갔다. 운전기사와 차량에 있는 아이들 25명은 모두 숨졌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철도 횡단 참극으로 기록된 사고다.

이 사고로 기차법이 제정됐고, 철길 통과시 대응 매뉴얼이 확정됐다. 차량이 철길을 통과할 경우 건널목 100m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주위를 살핀다. 철길로부터 최소 5m, 최대 15m 거리에서 정차 후 창문과 출입문 열고 열차 진입을 살핀다. 단순히 눈으로 뿐 아니라 기차의 진입을 소리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열차 진입 소리 확인에 방해되는 차내의 관련 장치도 모두 끈다.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이후 출발한다.

만일사태에 대한 대비책도 있다. 철길 중간에서 시동이 꺼질 경우 열차 진입이 없을 때는 두 번까지 재시동을 걸고, 실패하면 탈출한다. 다만, 열차가 접근 중 시동이 꺼지면 앞·뒷문으로 즉각 비상 탈출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재난사태에 대비해 상세하게 '중복설계'가 돼 있는 셈이다. 이후 80여년간 창을 열고 눈과 귀로 안전함을 확인하는 '오픈도어'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60~70년대 보일러 중독 사고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안전을 위한 '중복설계'는커녕 잠시 소란떠는 '뒷북설계'만 할 뿐이다. 전국 2만8000여개 민박의 보일러를 전수조사하겠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에 '헛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도대체 언제까지 소를 잃은 후 외양간만 만지작 거릴 것인가.

이번 사고가 난 농어촌민박도 관련 사업의 '서비스·안전기준'에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만 명시돼 있다. 화재내용은 있지만 가스 누출 조항은 없는 것이다. 매년 관련 사고는 잇따르는데 규정 조차 부실하다.

이렇다보니 시늉만 내고 무허가, 미인가 등의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독버섯처럼 피어날 것이라는 불신도 여전하다. 2014년 5명의 사망자를 낸 담양 펜션 사건부터 최근 제천·밀양 화재, 종로 고시원 화재까지 사회 안전기준을 강화할 명분의 사고는 무수했다. 그런데도 변한 것은 없다.

시스템이 못 받쳐주니 국민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다. 가스경보기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점검과 관리가 부실하니 스스로의 손으로 안전을 지켜야 할 판이다. 고작 2만원도 안되는 가스경보기만 있었어도...수능 이후 첫 여유다운 여유를 만끽하려던 세 명에게 진혼곡을 띄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안전에 관해 꼼꼼한 규정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그것이 부끄러운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사죄의 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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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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