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오는 14일 서울을 비롯한 6개 도시 지하철이 멈출 위기에 처했다. 전국 주요 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 무임승차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1971명의 구조조정 요구안을 받은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입장이 가장 강경하다. 지난달 31일 노사는 48일 만에 만났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노사 갈등의 원인은 '적자' 지하철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승객이 줄었다. 지하철 요금은 수년째 동결 중이다. 무임승차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악재만 쌓이다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지난해 6개 지자체 지하철 운영기관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교통공사가 1조113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도 1조6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재정난에 대한 해법으로 공사는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구조조정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노사 의견이 일치하는 것도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정부 지원이다. 서울 등 6개 도시 지하철의 무임승차 규모는 2016년부터 5년간 2조770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5542억원에 달한다. 6개 지하철 당기 순손실(1조8235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비 보전 없는 정부 무임승차 정책으로 인해 시민의 발이 멈추게 생겼다"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근 국무회의 발언이 엄살만은 아닌 듯싶다.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이다. 이 중 무임승차 대다수는 65세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노인 지하철 공짜 탑승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인복지법에 65세 이상이면 돈이 많든 적든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4% 미만이었으나 지난해 16%를 넘어섰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올해 16%에서 2047년 37%로 확대돼 2040년 이후엔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이 9조~12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돈 내는 승객은 줄어드는 데 공짜 승객이 늘어나면 지하철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자를 넘어 파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렇다고 혜택을 무작정 폐지하거나 줄일 수도 없다. '복지축소'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당사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공사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인력 감축에 그치지 않고 합리적 경영로드맵도 만들어야 한다. 요금 현실화 역시 필요하다.
지하철 적자 문제는 '고질병'처럼 지속돼왔다. 정부와 지자체, 공사 모두 알면서 애써 모른 척한다. 이들의 책임회피, 경영진의 무능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손실을 방치해왔다. 결국 지하철 적자 문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됐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필수 공공재다. 더 늦기 전에 합리적 대안을 찾기에 나서야 한다. 지하철 운영 차질에 따른 불편은 '시민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