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하나에 담은 공연장"…'K공연' 30개국 홀린 브러쉬씨어터

"캐리어 하나에 담은 공연장"…'K공연' 30개국 홀린 브러쉬씨어터

경기=이민호 기자
2025.12.01 11:43

연극배우에서 창업가로 이길준 브러쉬씨어터 대표 "가난한 예술 넘어 자본이 깃든 예술로"
'모듈형 무대'로 글로벌 공연 1000회 돌파…BBC '넘버블록스' 등 IP 확보
경기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콘텐츠 유통지원 사업'으로 스케일업 성공…내년 매출 250억 조준

이길준 브러쉬씨어터 대표./사진=이민호기자
이길준 브러쉬씨어터 대표./사진=이민호기자

"연극배우로 지난 10년을 무대에 오르며 예술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더 멋진 공연을 하려면 결국 예술도 자본시장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로 극단의 무명 배우가 설립한 벤처기업이 전 세계 30개국, 80개 도시를 누비며 'K공연'의 새로운 수출 역사를 쓰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1일 만난 프로젝션 맵핑 기반의 이머시브(Immersive·실감형) 콘텐츠 제작사 '브러쉬씨어터'의 이길준 대표 이야기다.

이 대표는 단순히 무대 위에 작품을 올리는 것을 넘어 공연예술이 산업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브러쉬씨어터는 올해 매출 100억원 돌파를 예상하며, 최근 약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까지 성공해 IPO(기업공개)를 향한 청신호를 켰다.

"비행기 수하물로 무대를 싣는다"...기술로 완성한 '기동성'

브러쉬씨어터의 핵심 경쟁력은 역설적이게도 '가벼움'이다. 대표작 '두들팝'(Doodle POP), '폴리팝'(Poly POP) 등은 프로젝션 맵핑, 오토메이션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지만, 무대 장치는 여행용 캐리어 하나에 담길 만큼 간소화했다.

이 대표는 "우리 공연은 거창한 화물 운송이 필요 없다. 비행기 수하물로 무대 세트를 싣고 나가 현지에서 바로 공연할 수 있는 '기동성'이 가장 큰 무기"라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적중했다.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에딘버러 페스티벌 최고의 쇼'로 꼽히는 등 해외에서만 1000회 이상의 공연을 올렸다.

내년에는 미국 20개 도시 투어를 비롯해 프랑스, 호주, 싱가포르 등 총 11개국 진출이 확정됐으며, 상반기 해외 수출 계약액만 이미 30억원을 넘어섰다. 이 대표는 "내년에는 올해의 2배 수준인 매출 250억원, 영업이익률 20%를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두들팝 해외 공연 모습./사진제공=브러쉬씨어터
두들팝 해외 공연 모습./사진제공=브러쉬씨어터

"방한 외국인 위한 콘텐츠 부족"... '인바운드' 시장 정조준

이 대표가 바라보는 다음 격전지는 '인바운드'(방한 외국인) 시장이다. 그는 "트립닷컴 등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보면 한국 관광 상품은 경복궁, 남이섬 같은 공공재 관람에 집중돼 있다"며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야간 관광이나 상업 공연 콘텐츠가 아직 충분히 다양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뮤지컬 관객의 60~70%가 외국인 관광객인 반면, 한국 공연 시장은 내국인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인바운드 시장의 성장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최근 브러쉬씨어터는 서울 홍대 인근에 여성 전용 공연을 오픈했다. 아이돌, 댄서들의 퍼포먼스를 내세운 이 공연은 관객의 98%가 외국인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BBC '넘버블록스' 확보..."IP 재가공해 역수출한다"

자체 IP(지식재산권) 개발뿐만 아니라, 검증된 글로벌 IP를 재가공하는 '2차 IP 사업'도 브러쉬씨어터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브러쉬씨어터는 최근 전 세계 최초로 영국 BBC의 인기 애니메이션 '넘버블록스'(Numberblocks)의 뮤지컬 라이선스를 확보해 전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대표는 "해리포터 같은 글로벌 IP를 가져와 한국의 기술력으로 더 훌륭한 공연을 만들어 다시 해외로 내보내는 '역수출'이 가능하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 이미 성공한 IP를 2차 세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 또한 승산 높은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두들팝 해외 공연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민호기자
이 대표가 두들팝 해외 공연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민호기자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스케일업'... IPO 향한 질주

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의 전방위적 지원이 있었다. 브러쉬씨어터는 경콘진의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사업'을 통해 대표작 '폴리팝'을 노원어린이극장에서 장기 공연하며 수도권 관객 접점을 넓혔다.

이 대표는 "이번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경콘진의 네트워킹과 지원 사업이 결정적인 '인증 마크' 역할을 했다"면서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부터 투자 유치까지, 기업 성장의 변곡점마다 경콘진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한국은 KPOP, 드라마 등 원석 같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나라"라면서 "브러쉬씨어터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우리 콘텐츠가 전 세계로 나가고(Outbound), 동시에 전 세계인이 한국에 들어와(Inbound) 즐기는 글로벌 공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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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이민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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