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의 '키스'와 '맞장'의 추억

盧대통령의 '키스'와 '맞장'의 추억

김성휘 기자
2007.05.03 17:03

현직 대통령과 여당 의장 출신들의 승부

여당의 대표 정도면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 건 사항을 정부와 여당이 함께 추진하기 때문이다.

임기말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지면 그동안 숨겨져왔던 각종 비리와 정책실패 사례가 쏟아져 나온다. 대통령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려고 탈당을 선언한다.

이때가 기회다. 대통령과 등을 돌리면 '책임의 늪'에서 일단 발을 뺄 수 있다. 대통령과 '맞장'을 뜨는 모습에서 지지자들은 그의 배짱과 결단력을 본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동안 인지도와 지지율도 덩달아 올라간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김영삼 민자당 총재가 그랬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5월, 정동영 김근태 두 열린우리당 전직 의장에게도 이 공식은 통하는 모양이다. 예전과 다른 점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대선주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브리핑' 사이트에서 정치권 전체와 대선주자들을 비판했다. 대선주자 가운데선 김근태 전 의장을 집중 겨냥했다는 평가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위기의)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 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만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 지 말 지 저울질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썼다.

5·31 지방선거 직후 김 전 의장이 당권을 쥐었으나 '기본'과 '원칙'을 못지키고 열린우리당을 침몰 위기에 내몰았다는 인식이 대통령의 글에 배어있다는 해석이다.

김 전 의장은 발끈했다. 그는 3일 "(대통령은 정치발언을) 좀 안했으면 좋겠다"며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의제에 전념해 달라"고 반격했다.

노 대통령의 대선주자 비판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오히려 강력한 예언효과를 지닌 채 '죽음의 키스'란 별명까지 붙었다.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모두 대통령의 '키스'를 받고 정치판에서 힘없이 퇴장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지난 3월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 "보따리장수"란 비난을 들었다.

정동영 전 의장에게도 두려운 일이다. 정 전 의장은 "대통령은 대단한 전략가다, 그런 언급을 그냥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느 시점에선 나한테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대통령은 당 사수파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며 노 대통령과 '결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은 여당 의장이었을뿐만 아니라 각각 통일부(정동영) 복지부(김근태) 장관까지 했다.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 축이 '한반도 평화'와 '양극화 해소'라고 보면, 두 사람은 현 정부의 핵심 포스트에 있었던 셈이다.

싸움은 대통령이 걸었지만 두 사람 모두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대선주자로서는 지지율이 현저히 낮은 두 사람이 '탈당' 카드를 들고 대반전을 시도할 태세다. 누가 승자가 되든 노 대통령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노 대통령이 '판'을 만들고 키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을 띄워줄 수 있다는 역발상도 있다. 대선정국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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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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