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잡탕정당 안된다는 보장 있어야 논의"

대통합신당 창당을 4일 앞둔 1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 정대철 김한길 대통합신당 창준위 공동상임위원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이강래 의원 등이 속속 모였다.
모두 긴장된 표정이었다. 이들이 기다린 사람은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 창당 전에 민주당이 신당에 합류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를 향한 '구애'는 처음이 아니다. 김 위원장, 손 전 지사, 정 전 의장 등이 각각 박 대표를 만났던 걸 합치면 '삼고초려' 이상이다.
◇천정배도 왔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무엇보다 '참신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천정배 의원이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주역 '천신정' 중 한명. 범여권 주자 가운데 가장 진보개혁노선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인 박 대표와 따로 만난 적도 없다. 우리당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신기남 전 의장을 빼고 '천·정'이 박 대표와 마주 앉은 셈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우리당 창당주역, 곧 '분당세력'이다. 따라서 정 전 의장과 천 의원이 민주당 분당과정을 박 대표에게 사과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박 대표는 상석에 앉았다.
"뉴스의 중심에 박 대표가 있다"(손 전 지사), "박 대표가 대미를 장식해야 한다"(정대철 위원장)는 덕담이 쏟아졌다. 박 대표는 "오늘은 (말하기보다) 듣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진전 아니면 제자리걸음= 혹시나 했던 대타협은 없었다. 신당 측은 민주당이 일단 결합한 뒤 열린우리당과 통합 문제는 창당(5일) 이후에 논의하자며 '딜'을 시도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완강했다. "민주당은 한 번 들어가면 후퇴할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 '해체'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 보장이 없으면 통합민주당이 지향하는 정상적 정당을 만들기 어렵고 자칫 잡탕식 정당으로 전락할 우려가 농후하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가 협상을 완전히 거부한 건 아니다. 박 대표는 오후에 열린 민주당 회의에서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신당의 공식의결기구에서 열린우리당을 당으로써 통째로 받지 않는다고 결의하면 신당과 신설합당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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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범여권 한 의원은 "논리의 대결이나 설득이 아니라 박 대표의 결단만 남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애타는 구애…왜?= 신당이 이처럼 민주당에 집착하는 이유는 '도로우리당'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이 없으면 대통합이 아니다"(정 전 의장)는 인식이 강하다.
그동안 입장이 상반됐던 민주당을 끌어들인다면 대통합의 당위를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된다. 민주당의 '뿌리' 역시 매력적이다. 45만여명 당원의 충성도가 높은데다 지역기반도 탄탄하다.
이처럼 신당측의 끈질긴 '구애' 덕분에 박 대표와 민주당의 '몸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 그러나 민주당을 끌어안다보면 열린우리당이 걸린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회동에서 민주당을 향해 제안된 내용에 대해 "대통합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제안"(서혜석 열린우리당 대변인)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