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수처법 미처리시 삼성특검 거부 검토"

靑 "공수처법 미처리시 삼성특검 거부 검토"

권성희 기자
2007.11.16 16:12

(상보)"삼성특검도 수사 대상 축소 등 재논의해야"

청와대는 16일 대통합민주신당 등 3당이 제출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안과 관련,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청와대는 대통합민주신당 등 3당이 삼성특검법을 제출한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3일 연속 삼성특검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해왔지만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삼성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충성과 특정성에 맞게 특검법 내용을 다시 논의해줄 것과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을 이번 국회에 통과시키거나 통과를 보장하는 확실한 조치를 마련해줄 것, 2가지를 내걸었다.

◆"삼성특검 수사대상 축소하고 공수처법 처리하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 모두발언에서 "보충성과 특정성에 맞게 특검법 내용을 다시 논의해 달라. 그리고 삼성특검법과 함께 공수처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한 뒤 "특검법과 함께 공수처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저희로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청와대는 여러 번에 걸쳐서 이번 특검이 제기된 배경에 대해 일면 수긍할 수 있으나 특검의 본래 취지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과 이번 삼성특검과는 별도로 공수처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일면 수긍하는 점"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와 관련한 부분으로 이 경우 수사 주체인 검찰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므로 특검 도입을 수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천 대변인은 또 "특검이 제기될 때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정치 논쟁을 줄여나가고 공직 부패와 권력 비리를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성역없는 수사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 근본 해결책은 공수처 설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명하고 단호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는데 회피하고 미룰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어떤 진지한 논의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공수처법이 이번에 무산되면 다시 기회가 쉽게 오지 않을 것이고 다음 정부 들어서도 특검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치 공방이 계속될 것"이라며 "공수처 설치는 정치 발전과 공직비리 및 권력부패 척결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제도이며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특검의 수사 대상에서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제외하고 뇌물의혹으로 축소하고 삼성특검과 공수처법의 국회 처리 또는 국회 처리를 위한 확실한 조치를 밝히지 않으면 삼성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특검에 두려움이나 부담은 없다. 이건 원칙에 관한 문제"

이와 관련, 천 대변인은 '청와대가 대선자금, 청와대와 삼성 밀월설 등과 관련한 부담 때문에 특검을 사실상 피하려고 하는 것 아니가'란 질문에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특검에서 여러 가지 다 다뤄보자는 것이 원칙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두려움이나 부담을 갖고 있지 않다. 자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공수처법은 특검보다 더 강하다"며 "상설기구가 있어 일상적으로 전현직 고위 공직자와 그 친인척까지 조사하게 돼 있고 필요하면 특검과 같은 정치적 과정 없이 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참여정부 들어 3번의 특검이 있었는데 거의 밝혀낸 것이 없다. 이런 제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라며 "권력형 비리와 공직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삼성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질문에는 "특검의 보충성과 특정성의 문제는 언론들도 보수, 진보를 떠나 공감했으니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남은 문제는 공수처를 만들면 수사할 수 있다"며 "피하는게 아니다. 이 부분을 그런 의도로 연계시켜 보는 것은 전혀 부당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공수처법을 논의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나'란 질문에는 "단지 논의하는 수준으로만 해서는 또 미뤄지게 된다"며 "특검 원칙에 맞게 특검법안이 손질돼야 하고 공수처법을 국회서 통과시키거나 이를 보장하는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靑 입장은 대통령 의지 담고 있는 것..거부권은 정치적 행위"

삼성특검 거부권과 특검 재검 및 공수처법을 연계시키기로 한 결정은 전날 오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오전까지는 청와대 입장을 결정할 때 거부권에 대한 얘기는 없었으나 여러 번 공수처법 처리를 촉구해도 정치권에서 반응이 없자 전날 오후부터 거부권과 공수처법을 걸자는 얘기가 나왔고 어제 오후 내부 회의에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정 과정에서 반대 의견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찬반이 아니라 검토하는 과정에서 토론이 있었다"며 "거부권 행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삼성특검법과 함께 공수처법도 해달라고 압박하면서 거부권을 쓰는 것이다. 정치적 선택이고 행위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법 국회 처리를 보장하는 조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얘기하지는 않겠다"며 "법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이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 보자고 하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법안이 처리된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이는 필요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저희의 정치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특검에 대한 거부권과 공수처법 연계 결정과 관련,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가'라고 묻자 "대통령 의지 없이 결정하겠나"라며 "청와대 입장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발언했든 하지 않았든 대통령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의혹 등이 나왔을 때 항상 청와대가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것도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특검이 처음부터 보충성과 특정성에 맞게 제기됐다면 공수처법의 필요성을 덜 느꼈을지 모르나 이번 삼성특검법안은 국가 사법체계를 흔드는 문제제기다"라며 "이 때문에 공수처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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