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왕좌왕 한나라당 "싹쓸바람을 피하라"

[기자수첩]우왕좌왕 한나라당 "싹쓸바람을 피하라"

이승제 기자
2010.06.09 16:50

정치는 바람이다. 바람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바람을 잡을 순 없다. 다만 올라탈 뿐이다.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쇄신·혁신 바람이다. 2008년 촛불시위, 지난해 4·29 재보선 패배 직후에도 쇄신론이 등장했었다. 당시 쇄신론은 '헛바람'(쓸데없이 부는 바람), '왜바람'(이리저리 방향 없이 부는 바람)에 그쳤다. 몇 달 뒤 청와대에서 단행한 부분개각이 전부였다. 인적 쇄신, 국정운영 기조 변화 등 '근원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번 바람은 '고추바람'(맵고 세차게 부는 바람)', '용오름'(바다 등에서 크게 용솟음치며 감아 오로는 회오리바람)이 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는 여당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머니투데이가 지방선거 이후 민심 흐름을 짚어보기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36.7%)과 민주당(35.1%)은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였다. 개각·인적 쇄신과 관련해 5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는 62%로 나타났다.

그랬다. 국민의 바람은 청와대와 여당의 바람과는 다른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두 바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인 계기에 불과하다.

여당은 다급해졌다. 국민의 바람을 좇아가지 않으면 2012년 총선,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 뻔하기 때문. 청와대를 향한 여당내 쇄신세력의 비판이 거세지는 건 당연하다. 여당 일각에서 '살생부'가 작성됐고, 청와대 참모들의 실명이 공식 거론되고 있다.

쇄신론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바람을 향한 요구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리더십 논란도 이 때문이다. 지방선거 패배는 '레임덕'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권력보다 미래권력에 기울게 한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것이란 얘기다.

여당에서 불고 있는 쇄신바람은 국민의 큰바람에 대응하는 맞바람을 멈추고, 그것에 순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국민여론이란 큰센바람을 거스르고 온전히 자신의 뜻만을 관철시킬 수 있는 리더십은 없다.

국민의 마음자리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그래서 그 바람이 결국 어디로 갈 것인지 성찰할 시기다. 이는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큰센바람은 자신 앞을 가로막는 실바람을 만나면 '싹쓸바람'으로 변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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