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자감세' 철회해야 정권재창출에 도움"
한나라당이 고민 끝에 ‘부자감세’ 철회를 공식 검토하기로 했다. 소득세·법인세 감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여권에서 ‘접근 금지영역’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당 정책위 차원에서 감세 철회를 공식 검토키로 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27일 여의도당사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어 이처럼 의견을 모았다. 배은희 대변인은 회의 직후 “정두언 최고위원이 이날 회의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부자감세 철회에 대해 재차 요구를 했다”며 “당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위가 부자감세 철회에 대해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감세정책 철회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부자감세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복지수요 증가로 재정지출의 대폭 확대가 요구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정적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세금을 같이 올리기는커녕 줄이는 정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야당의 공격 포인트는 ‘부자정권 종식’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이 정부에서 시행하지도 않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로 굳이 부자감세라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2013년부터 3년부터 실시될 예정인 소득세·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면 각각 2012년 1조4000억원, 2013년 2조3000억원, 2014년 3조7000억원 가량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나 향후 5년간 7조4000억원 어치의 재정여유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 감세철회를 위한 협조를 요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부자감세' 철회 검토는 전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신좌표를 천명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국민 70%를 아우르는 복지'라는 지향도 그렇다. ‘보수’에서 ‘중도보수’, 그것도 ‘개혁 보수’로 전환한 이유는 물론 2012년 두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다.
‘부자감세’는 야당이 청와대와 여당을 공격하는 핵심 공격 포인트라는 점에서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의 ‘부자감세’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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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당이 예상을 깨고 개혁행보에 속도를 냄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이 예상된다"며 "'청와대의 거수기’란 오명을 들었던 한나라당 지도부가 예전보다 한결 가벼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여야는 지난해 치열한 대립 끝에 소득세·법인세율 인하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감세안이 철회되면 소득세 최고구간(과표 8800만원 초과)의 세율은 현행 35%, 법인세 최고구간(과표 2억원 초과) 세율은 현행 22%로 유지된다. 감세안이 시행되면 2013년부터 세율은 각각 33%, 20%를 적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