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주민투표④-기고>"아이들 밥상까지 걷어차시겠습니까"

<특집:주민투표④-기고>"아이들 밥상까지 걷어차시겠습니까"

특별취재팀
2011.08.14 17:10

배옥병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사상 초유의 도시형 폭우, 급격한 주가 등락. 서울시민의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일들이 우후죽순으로 터지고 있는 순간에도 서울시는 난데없는 주민투표 논쟁에 빠져 있다.

서울시와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는 무상급식이 복지망국병이며,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소득하위 50% 학생들에게만 무상으로 급식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가는 몇 가지 사실만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초등학생 5ㆍ6학년에게 무상급식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서울시 예산 695억원을 예산낭비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4대강 예산에 23조원, 한강르네상스사업에 5년간 1조2000억원 등이 예정돼 있다는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차별없는 무상급식 거부 논리로 내세우기에는 궁색하다.

하위 50%에게만 시혜적인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해도 줄어드는 예산은 695억원의 일부일 뿐이다.

이 정도 예산을 줄이기 위해 182억원을 들여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아이들의 소득수준을 파악하고 검증하기 위한 인적, 물적 예산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에서 차별없는 무상급식을 막겠다고 내건 플래카드에는 단계적 무상급식(실제로는 소득별 차별급식)으로 줄인 예산을 학교시설 안전이나 방과 후 무료학습에 쓰자는 주장이 실려 있다.

이 역시 무상급식이냐 방과후 무료학습이냐의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것일 뿐 예산 절감이 필요한 당위성은 찾아볼 수 없다.

투표용지에도 없는 내용이며 예산을 급식에 쓸지, 방과후 교실에 쓸지 등을 정하는 일에 꼭 182억원짜리 주민투표를 해야 하는가? 차라리 전체 초등학생들에게 학급투표를 시켜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좌충우돌 코미디의 결정판은 아이들에게 소득별 차별급식을 주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주장과 완전히 모순되게도 0~4세 무상보육 정책을 꺼내들어 같은 당에서도 ‘오락가락한다’는 비아냥을 듣고만 일이다.

더구나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민의 의견을 묻겠다고 제시한 투표 문항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 투표를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을 선택하는 투표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다.

그러나 사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안(즉, 오세훈 시장이 전면 무상급식안이라고 말하고 있는 안)이 단계적 무상급식이다. 2011년에는 초등학생, 2012년에는 중학생 등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이 적용되도록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단계적 무상급식’은 소득 수준(50% 기준)에 따라 절반의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시혜적인 차별급식에 지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이번 주민투표는 절차상, 법적 하자가 매우 많아 법정공방이 예정돼 있다. 주민투표 실시 전에도 법원에서 투표 자체를 무효화시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를 밀어 붙이고 있는 이유는 무상급식과 전혀 상관없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총선, 대선 등 국면에서 훨씬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며 한나라당 지원을 요청하고 이번 투표를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시키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과거 독재자들 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선거나 국민투표를 동원해 왔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오세훈 시장이 벌이는 이번 주민투표도 못난 어른의 투정이 아니라면 총선과 대선을 염두해 둔 정치적 포석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는 치졸하게 아이들의 밥상까지 걷어차려는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오세훈 시장의 정치쇼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투표 거부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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