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패닉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이 박희태 국회의장 측의 전방위 금품 살포 의혹을 추가로 제기한 탓이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에서 이뤄진 모든 전당대회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키로 했다. 관련자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해졌고, 박 의장 사퇴 주장까지 나오는 등 파문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고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희태 의장 측 비서가)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쇼핑백 속에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끼어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걸로 볼 때 그 인사가 여러 의원실을 돌면서 돈 배달을 한 것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의원들에게도 돈 봉투가 무더기로 전달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향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 의원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전당대회 2~3일 전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한 젊은 남성이 의원실을 찾아와 여비서에게 노란 서류봉투를 건넸다"며 "서류봉투를 열어보니 흰 편지봉투 3개에 각각 현금 100만 원과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돈 봉투 전달자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돈 봉투를 들고 온 사람이 K수석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부인했다. 또 돈 봉투를 돌려준 뒤 자신에게 전화를 한 박희태 의장 측 관계자에 대해서는 "누군지 이 시점에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업무 차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전혀 모르는 일로 당시 보좌관이 그랬는지 확인했으나 '돈을 준 사람도, 돌려받은 사람도 없다'고 하더라"며 "고 의원이 도대체 누구한테 받았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 "내가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사람이냐"며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당내 각종 선거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이미 폭로된 2008년은 물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2010년, 2011년 전당대회까지 수사를 의뢰한 셈이다. "구태정치와 단절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됐다.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고 털고 가겠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당헌당규가 굉장히 엄격한데 있으면 뭐하냐. 실천이 문제"라며 "칼 같이 했으면 당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박 위원장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컸고 어감도 강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에 이어 여당까지 사퇴를 주장하고 있어 박 의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황영철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 분들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박 의장보고 물러나라는 의미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는 "책임 있는 행동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당사자가 판단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석하라"고 의장직 사퇴 주장임을 에둘러 표현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박 의장은 물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해진다. 당장 전대 당시 박 의장을 집중 지원했던 친이(이명박)계가 조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MB 정부 실세 용퇴론'을 놓고 비대위와 각을 세우고 있는 친이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될 경우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안을 친이계 문제로 몰고 가면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